‘제로백’ 4.9초… 코너링 주행감도 안정적
지난 7월 출시된 벤츠의 준대형 전기 SUV ‘더 뉴 EQE SUV’를 타봤다. 최근 출시된 벤츠의 디자인 흐름대로 다른 전기차들과 유사하게 앞뒤 오버행(축 중심선에서 차량 끝까지 거리)이 짧고 곡선이 강조된 차다. 전면부의 브랜드 로고는 더욱 크고 대담해졌다. 실제 EQE SUV의 차체 크기는 길이 4863㎜, 너비 1940㎜로 동급의 내연기관 SUV인 GLE(4930㎜, 2010㎜)보다 67㎜ 짧고 70㎜ 좁다.
시승한 차량인 500 4MATIC SUV의 최대 출력은 300㎾(킬로와트)이며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 성능을 보이면서도, 회생 제동 단계를 높였을 때 차량이 울컥거리면서 승차감이 나빠지는 현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코너링 시 주행감도 기대 이상이었다. 급격한 코너에서 액셀을 밟을 때도 휘청거리는 흔들림이 적고, 직진으로 바뀌는 곳에서도 부드럽게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더욱이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10도까지 꺾여 차로 폭이 좁은 도로에서 유턴할 때나 협소한 주차장에서도 소형차를 모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수 유리막과 보충재 등으로 풍절음 등 외부 소음도 잘 차단됐다.
탑승자 보호를 위한 충돌방지 시스템은 다른 차량에 비해 꽤 예민한 편이다. 시내 도로를 주행할 때 끼어들기 차량이 있으면 다른 차량처럼 경고음만 내는 게 아니라 안전벨트가 조여지며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생등을 점멸하며 위험을 알린다.
이 차량의 국내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1㎞다. 그러나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한 상태에서도 전비가 1kWh(킬로와트시)당 5㎞가량을 기록했다. 배터리 용량이 88.8kW임을 감안하면 한 번 충전만으로 450㎞는 거뜬히 달릴 것 같았다.
이는 벤츠 전기차 중엔 처음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로만 주행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인 DCU(Disconnect Unit) 등의 덕을 본 것으로 보인다. 차에 물건이 많이 실리지 않아 큰 힘이 필요 없는 경우 후륜구동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티맵’을 굳이 쓰지 않아도 기본 탑재된 내비게이션의 성능이 우수했다. 정확도가 높은 데다 길이 헷갈리지 않게 표시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틀 차량을 운행하는 동안 외부 내비게이션을 한 번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좁은 골목길에선 전후좌우를 디스플레이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편리했다. 마사지 기능과 같은 S클래스에 있을 법한 기능이 대부분 탑재된 것도 매력적이었다. 뒷좌석도 성인 남성이 타도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 공간이 확보됐다. 트렁크 용량은 520ℓ이며 2열을 접으면 최대 1675ℓ로 늘어난다.
가격은 1억990만원부터다. 할인 폭은 매장별로 상이하지만, 벤츠는 최근 개인과 법인 고객에게 10% 이상 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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