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민의 코트인] KCC가 기대되는 이유, ‘분위기 메이커’ 최준용이 있기에

정병민 2023. 9. 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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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처럼 기승을 부린 무더위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해가 지면 너무나 선선한 날씨에 가을이 다가옴을 느낀다. 자연스레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선 “아! 시즌이 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마 다들 비슷할 것이다!

목 빼 기다리던 2023-2024시즌 개막이 이제 45일 밖에 남지 않았다. 대개 팀들이 9월 초중순 전지훈련을 다녀오고 나면 이제 ‘전초전’ 컵대회가 우릴 반긴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지 않은가.

사실, 농구 팬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오프시즌은 참 따분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시즌 종료와 동시에 일정 기간 동안은 선수 포함 구단 소식은 대폭 줄어들지, 연습경기도 대개 낮 시간대 치러져서 반차나 연차를 쓰지 않는 이상 관람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방면에서 불행 중 다행인지, 이번 에어컨 리그는 대어들의 이적부터 시작해, 고양 캐롯 사태, 연고지 이전 등등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 재밌는 소식, 새로운 뉴스로 하루하루가 바삐 지나갔다.

역시나 중심은 슈퍼팀 결성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줬던 부산 KCC. 최근엔 전주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리며 계속해 핫하디 핫한 팀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5일, 상무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방문한 용인 연습 체육관. 연고지가 바뀌었음에도 KCC를 바라보고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이른 시간부터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인기구단이었다. KCC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름관중을 이룰 것이란 것은 예측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입석까지 자처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던 사람들에 어떤 이는 선수들을 보며 웃으며 행복의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연습경기에서는 정규 시즌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진귀한 장면들이 자주 나오곤 한다. 이날도 그랬다.

이근휘와 허웅의 3점슛 대결이 시작점이었다. 그 이후엔 178cm의 가드 이진욱이 투핸드 덩크슛을 성공하는 반면, 200cm 최준용이 덩크슛을 실패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실패에 굴할 최준용인가, 그렇다. 인 게임 노마크 속공 상황에서 또 실패했다.

최준용 덕분에 딱딱했던 경기장 분위기는 사르르 녹아내렸다. 왜 그가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불리는지 1시간 만에 알 수 있었다.

훈련 전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몸을 푼다든지, 이날은 스트레칭 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홀로 열심히 기계처럼 슈팅을 반복한다든지, 독특함의 연속이었다.

종종 KCC 선수들의 SNS를 보면 최준용이 등장하곤 하는데 코트 내외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선수다. 상무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서도 코트 리더를 자처하며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었고 독특한 유니폼 패션으로 팀을 이끌었다. 경기력도 출중했다.

스타팅 라인업으로 나선 최준용은 KCC의 공격과 끝, 그 자체였다. 거짓말 하나 없이 모든 공격 과정에 최준용이 관여했다. 이호현 옆에서 볼 핸들링을 거들며 포인트가드도 소화했고, 김승기 감독의 히트작 중 한 명이었던 박진철을 수비하는 센터 포지션까지 두루두루 해냈다.

“역시 최준용이 국가대표라서 클라스가 남다르다. 이건 진짜 미친 플레이다”

1번의 공격 과정에서 노룩 패스, 드리블로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는 모습, 덩크 스팟에서의 토마호크 덩크가 다 나오자 관중석에서 위 멘트가 흘러나왔다. 깜짝 놀랄 정도의 환호성은 당연했다.

화려한 멤버로 구성되어 있는 팀이어서 그런지, 속공 상황에서는 4번 중 3번의 패스가 노룩패스였다. 턴오버도 적지 않았지만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연습경기임에도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상무가 김훈의 연속 8점으로 추격해오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전창진 감독은 급하게 다시 최준용을 코트로 투입했다. 그리고 감독의 부름에 응답했다. 실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전술을 점검하는 차원의 경기이지만 최준용도, 전창진 감독도 무자비했다.

25점 차로 크게 앞섬에도 전 감독은 최준용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했고, 최준용도 박진철의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쳐내는 등 굵은 땀방울을 계속해 쏟아냈다.

이젠 영락없는 KCC 맨이었다. 정창영을 보좌하며 어린 선수들의 실수엔 격려를, 굿 플레이 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후반에도 펄펄 날아다닌 최준용의 활약에 KCC는 86-71로 상무를 대파했다.  

 

 

경기가 끝나고,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의 대포를 연상케하는 팬들의 길쭉길쭉한 카메라는 최준용과 허웅으로 향했다. 잠시 한 눈을 팔고 선수가 어디갔지?라고 생각하고 어깨너머로 팬의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면 곧바로 선수를 찾을 수 있다. 정규리그와는 색다른 매력을 지닌 연습경기다.

경기 자체는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응원하는 팀이 있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새로이 구색을 갖춰가는 10개 구단. 모든 구단들의 행보에 관심이 가지만, KOREA 이지스라고 불릴 만큼 최정예 멤버를 갖춘 KCC에 왜 많은 사람이 기대심을 품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기대의 중심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최준용, 최준용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_점프볼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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