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 가실 분? ㅠㅠ"
한중관계 악화, 기록적 물가 원인
취재 난도 높다는 점도 기피 요인
자녀 있는 기자들 더 가기 꺼려해
언론사들이 베이징 특파원을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특파원을 대신해 후임자를 보내야 하지만 공모에 재공모를 거쳐도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일부 언론사들은 지원 자격을 낮추면서까지 중국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자들의 ‘중국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언론사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20년 9월, 베이징 특파원을 파견한 국민일보는 올해 초부터 후임을 물색했지만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몇 달째 공모를 했지만 지원자가 없었고, 지원 가능한 연차까지 낮췄지만 후임자를 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기존 특파원이 귀국을 늦추고 올 연말까지 일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베이징 특파원을 파견한 서울신문도 오랫동안 공모를 실시했지만 마땅한 후임자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임무를 교대하지 못한 채 현지 특파원이 임기 만료일에 맞춰 귀국하게 됐다.
이들 언론사뿐만 아니다. 다행히 후임 특파원을 선발한 언론사들도 지원율이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국제부장이 지원자를 찾기 위해 개별 접촉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됐고, 베이징에 파견되기 싫어 중국어 전공을 숨기는 기자가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종합일간지 한 임원은 “젊은 기자들은 이제 특파원 경력을 스펙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각사 임원들을 만나 봐도 특파원 지원율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옛날엔 전쟁이었는데, 요즘엔 한두 명 지원해도 많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중국행을 기피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후임을 구하지 못해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이 5년을 내리 일하고, 단기로 파견된 KBS 특파원이 중국에서 4년간 일한 적도 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국경 문을 닫았던 데다 외교적 갈등으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며 중국은 이전부터 늘 취재하기 녹록지 않았던 곳으로 거론됐다. 다만 최근엔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한중 관계, 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지 물가가 중국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베이징 특파원은 “한중 관계가 나쁘니 중국에 부정적인 기사를 쓰게 되는데, 이미지가 점점 안 좋아지니 기자들 역시 중국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기회가 있어도 굳이 저런 나라에 3년을 바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고, 특히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쉽게 말해 독재자가 탄생한 나라에서 내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고, 실제 이런 이유로 특파원 부임을 했다 몇 달 만에 돌아간 가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취재 난이도가 높다는 점도 중국 기피의 한 요인이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했던 한 기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정부 관계자를 직접 만나진 못 해도 시민단체나 전문가 등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일단 호의적”이라며 “중국은 정부 관계자를 따로 만나기가 정말 힘들고 전문가들도 외국 기자라고 하면 상당히 제한을 둔다. 시민사회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기업체 만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해외에서 취재 경험을 쌓고 싶은 기자라면 만족감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치솟고 있는 현지 물가도 기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언론사에서 지원해주는 체재비는 제자리걸음인데, 주거비와 교육비가 급등해 적지 않은 돈을 사비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인 주거 밀집 지역이자 베이징 외곽인 왕징의 방 3칸 아파트의 월세는 400만원 수준. 교육비도 국제학교의 경우 연간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현지 학교를 보내면 월 1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해지지만 사회주의 사상을 배운다는 점, 또 별도로 중국어 과외를 시켜야 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했던 다른 기자는 “예전 중국을 생각하면 안 된다”며 “물가가 한국보다 더 비싼 만큼 특파원 체재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현지에서 가장 부담되는 것이 결국 교육비인데 지원 범위나 금액을 좀 더 넓히는 등 적절한 당근책을 제시해야 결국 인재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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