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G20 불참' 배경은 원로들 쓴소리?

원로회의서 예상치 못한 직언에 당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요하네스버= AF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원로들에게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쓴소리를 들은 것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불참 배경이 됐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오는 9, 10일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2인자인 리창 총리를 대신 보낸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지도자들이 여름 휴가철에 주요 현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자리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별세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측근인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은 이 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 면전에서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를 포함한 원로들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전반에서 중국의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예상치 못한 원로 그룹의 쓴소리에 허를 찔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주석이 지난해 별세하고 후진타오 전 주석은 두문불출하는 등 중량감 있는 원로들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 주석은 ‘원로 그룹이 비판한 혼란은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체제를 거쳐오는 동안 축적된 부정적 유산이며 본인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시 주석의 측근들은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체면을 구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또한 중국의 부동산 위기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 경제 문제가 G20 정상회의에서 공개 거론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도 불참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