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의 빛과 그림자②] 13. 성묘 지원으로 수몰민 위로하는 ‘충주 숭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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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물에 잠긴 수몰민에게 명절은 더욱 애달프다.
충주 숭조회는 수몰 이주민들의 성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숭조회는 충주지역 수몰민과 고향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다.
수몰민들은 1993년 사단법인 숭조회를 만들고 1994년 배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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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충주댐 건설 묘소 가는 길 막막
1993년 숭조회 결성 후 이듬해 배 확보
정회원 1400여명 오직 성묘 목적 이용
평소엔 격일제 운영 명절 땐 매일 운행
성묘 문화 사라져 이용객 5분의 1 급감
고향이 물에 잠긴 수몰민에게 명절은 더욱 애달프다. 남들 다 있는 고향 나만 없다는 서러움이 물밀듯이 밀려 내려 온다. 어린시절 추억이 그대로 담겨 있는 댐은 더 깊고 거대해 보인다. 충주 숭조회는 수몰 이주민들의 성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도 수많은 이주민들이 조상을 찾기 위해 숭조회의 문을 두드린다. 숭조회는 충주지역 수몰민과 고향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다.
충주댐이 1985년 완공됐으니 충주지역 수몰민은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이주를 서둘러야 했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짐만 챙겨나오고 보니 조상 묘가 문제였다.
물이 산 중턱까지 들어차 산 정상에 지은 묘소만 남았지만 고향이 물에 잠겼다고 조상까지 등질 수는 없었다. 도로도 마땅치 않던 시절, 성묘 한 번 가려면 산을 몇 고개 넘어야 했다.
배를 이용하자니 법에도 저촉될 뿐만 아니라 주변 여건이 배 정박에 맞지도 않았다.
수몰민들은 1993년 사단법인 숭조회를 만들고 1994년 배를 확보했다. 숭조회가 운영하는 배는 충주 살미면·동량면, 제천 한수면·진목리를 운행한다. 수몰민들의 성묘 지원을 위해 들여온 배이기 때문에 성묘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숭조회 정회원만 1400여 명. 모두 집안 장손들로 구성돼 있다. 산소는 없지만 수몰지역이 고향인 사람들이나 기부자들은 준회원으로 활동한다. 김영철 관리소장과 이응탁 선장, 윤근호 기관장이 배 운행과 관리 등을 맡고 있다.
배를 이용한다고 해서 조상들께 인사를 하러 가는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확보한 배는 에어컨이 없었다. 한 여름만 되면 찜통같은 배를 타고 1시간을 달려야 했다.
김영철 숭조회 관리소장은 “얼마나 더웠으면 선장이 여름에는 앞에 유리판을 떼고 배를 운행했을 정도”라고 했다.
지금 운영하는 영진호는 2013년부터 수몰민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30인승에 29t. 평소에는 격일제로 운영하지만 추석이 껴 있는 이번달의 경우에는 하루도 쉬지 않는다. 물에 잠긴 고향을 찾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이응탁 선장은 “평소에는 오전 9시30분, 오후 1시30분으로 시간을 정해두고는 있지만 조금 늦게 도착한 수몰민이 있으면 시간과 상관없이 수시로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30년을 배로 수몰민을 실어날랐으니, 충주호에 쌓여있는 이야깃거리도 적지 않다. 가을이면 묘소에 널려있는 밤을 따다 산 정상을 넘어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일들도 있었다. 김영철 관리소장은 “휴대폰도 없고 그저 애만 탔다”며 “갖고 있던 집전화 번호로 전화를 거니 그제서야 ‘집에 왔다’는 말을 들어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기억은 조금씩 옅어지고, 추억은 과거의 일이 됐다. 숭조회도 30년 세월의 무게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처음 숭조회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1년에 5000명 이상이 이용하던 배는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에는 이용객이 3000여 명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지나면서 이용객은 더 급감, 2021년에는 1000여 명을, 지난해에는 1200여 명을 기록했다. 김영철 관리소장은 “세월이 흐르기도 했고 이제는 성묘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자신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데 이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수몰민이기도 한 김영철 관리소장은 국가가 댐 주변지역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 사업의 희생자”라며 “수몰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충주시/오세현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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