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쥐 몸뚱이가 순식간에…'피라냐 말벌’의 폭풍먹방
’와스프’라 불리는 말벌은 꿀벌의 천적
썩어가는 시체 잘근잘근 씹어서 애벌레 먹이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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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의 대표곡이자 ‘라이온 킹’의 오프닝 노래인 ‘생명의 바퀴(Circle of Life)’는 장엄하면서도 냉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이루는 짐승들이 잔혹하게 먹고 비참하게 먹히며 뜨겁게 짝을 짓고, 너저분하게 배설물을 뿌리는 그 모든 과정 속에 오늘도 지구라는 거대한 바퀴는 묵묵하게 흘러간다는 겁니다. 하나의 생명체가 쓰러지고 포식자들에게 뜯어먹히는 과정조차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변하는 과정이라는 거죠. 그러니 피와 살에 탐닉하는 짐승들의 잔혹한 포식장면도 그 일원에 동참하려는 경건한 몸부림입니다. 지금부터 보여드릴 이 벌레들의 먹방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북미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말벌인 노랑말벌(Yellow Jacket Wasp)의 집단 식사장면이 최근 미국 어류야생보호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왔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이라면 시청의 자제를 권해드립니다.
벌이라고 하면 붕붕 날갯짓을 하며 꽃의 꿀을 빨아 자신의 몸에서 벌꿀로 숙성시키는 꿀벌(Bee)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꿀벌은 세상 수많은 벌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와스프(Wasp)라고 통칭되는 말벌류는 꽃꿀과 열매 뿐 아니라 다른 벌레를 사냥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머리수리·하이에나 등과 같은 스케빈저(시체를 파먹는 짐승)로서의 면모도 보입니다. 이 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혼이 빠져나간 몸뚱이에 죽음의 냄새가 피어오르고 썩어문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이 시취(屍臭)는 그러나 노랑조끼말벌에게는 생명의 기운이자 진수성찬의 향기입니다. 내장은 온데간데 없고 털가죽 사이로 뼈와 살점이 훤하게 드러난 쥐의 몸뚱아리로 벌들이 몰려듭니다.
아귀다툼하면서 살덩이를 뜯어먹는 모습은 아마존강의 괴물 물고기 피라냐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래서 ‘피라냐 말벌’이라는 별칭을 붙여도 무방할 듯 해요. 구더기나 죽은 사체를 탐닉하는 벌레는 파리라는 통념을 이 벌들이 박살내줍니다. 이 포식행위가 거룩한 까닭이 있습니다. 제 한 몸 먹고 살자고 탐식하는게 아니거든요. 직접 날카로운 턱을 움직여 뜯어내 사체의 살점들은 입속에서 꾹꾹 씹고 씹고 또 씹어서 부드럽기 그지없는 다짐육으로 숙성시켜줍니다. 이렇게 보들보들해진 고깃덩이는 벌집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소중한 애벌레들을 위한 소중한 양식입니다. 그 벌집은 제국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많게는 무려 5000마리의 벌들이 1만5000마리의 애벌레를 먹여살리거든요. 쥐의 죽음은 애석하지만, 이렇게 한 무리의 말벌들이 존속하기 위한 에너지가 됐습니다.
말벌은 벌족의 괴수라고 부를만합니다. 생태 자체가 침략자의 본성을 타고 났어요. 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적인 생활 패턴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순하고 덩치가 작은, 꿀벌로 대표되는 다른벌을 습격해서 성체는 살해하고, 그 애벌레들, 혹은 나비나 나방류의 애벌레들은 먹거리로 삼습니다. 보들보들한 피부를 가위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턱으로 물어뜯고 짓씹습니다. 그리고 입속에서 굴리고 침으로 버무려 동그랑땡을 만듭니다. 한 족속을 완전히 파탄내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삼는거죠. 먼 옛날부터 전해져내로오는이들의 생활방식입니다. 그렇다고 육고기만 탐하는 것도 아닙니다. 꿀벌들처럼 꽃꿀을 빨때도 있고, 썩은 과일의 속살까지 파고듭니다. 이 벌들의 몸뚱이가 1㎝만 더 컸더라도 자연계의 모습은 지금과 한창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말벌의 잔혹한 식습관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한편 보실까요? 역시 심장이 약하신 분들이라면 건너뛰시길 권합니다.
영국의 양봉업체인 그웨닌 그루피드 허니에서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입니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잔혹하고 비참한 생과 사의 엇갈리는 장면은 꼭 아프리카 사바나나 아마존 정글에서만 펼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약자의 복수, 찰나의 반전 같은 만화 같은 반전은 약육강식의 엄혹한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말벌이 제 몸뚱이에 거의 필적할만한 유순한 꿀벌을 덮쳤습니다. 가위 같은 날카로운 턱을 움직여 연약한 복부를 맹렬하게 파고듭니다. 그리고, 기어이 꿀벌의 몸은 두 동강나고 맙니다. 이 꿀벌이 고통없이 삶을 마무리하도록 그 순간에 혼이 빠져나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대자연은 그런 자비마저 베풀지 않았습니다. 붉지 않을 뿐, 피와 살이 흥건한 목불인견의 장면이 펼쳐집니다.
두동강 난 가련한 꿀벌은 말벌에게 붙잡혀 포식당하고 있는 자신의 남은 몸뚱이를 두고 허겁지겁 도망칩니다. 부우우웅~ 처절한 고통의 날갯짓이 귓가를 찌르는 듯 합니다. 그리고, 포식자 말벌이 자신의 남은 몸뚱이를 파고들며 뱃속에서 고이 숙성시키던 벌꿀을 허겁지겁 들이켜고 있는 현장을 지켜봅니다. 공포와 절망에 사로잡힌 듯 꿀벌은 세 쌍의 다리를 파르르르 떨면서 생을 마감할 참입니다. 말벌은 두동강낸 꿀벌의 몸뚱이에서 흘러나온 벌을 들이킨 뒤 이번엔 남은 몸뚱이까지 마무리짓기 위해 덤벼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대대손손 프로그램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 말벌을 어찌 피눈물도 없는 잡벌레라 힐난하겠습니까.
벌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고 놀라우며 그래서 더욱 잔혹합니다. 여기 몸집은 말벌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냘프지만, 살아가는 족속들이 있습니다. 바로 기생벌들입니다. 기생벌의 대표적인 종류는 애벌레, 어른벌레 할 것없이 숙주로 무참하게 희생시키는 나나니가 있죠. 자칫 끊어질까 싶을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와 맵시있는 몸매가 이들의 특징인데요. 이들의 생존 서사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비극이고 악몽입니다. 종류에 따라 조금씩 방식은 다르지만, 기생벌들의 생활방식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애벌레나 어른벌레를 가리지 않고 숙주역할을 할 벌레를 찾아서 몸뚱이에 길다란 산란관을 꽂고 알을 낳습니다. 숙주 입장에서는 그저 주사를 맞는 듯 잠시 따끔할 따름일 거예요.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합니다. 숙주 벌레 몸속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보들보들하고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벌레의 속살을 파먹기 시작합니다. 숙주 벌레의 고통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종국에는 자신의 피와 살을 모조리 헌납하고 몸뚱이만 남아 무참히 희생된 숙주 벌레의 몸뚱아리를 동시다발적으로 뚫고 나옵니다. 그 장면은 마치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피부를 사방에서 손으로 짓눌렀을 때 뾰루지나 피지가 봇물터지듯 펑하고 튀어나오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기생벌 역시 큰틀에서 말벌에 가까운 종으로 분류됩니다. 요즘 전세계에서 꿀벌이 실종됐다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꿀벌의 실종은, 꿀벌의 천적인 말벌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것입니다. 잔혹한 식습성과 별개로 생태계를 컨트롤하는 최상위 포식자의 위기는 균형을 이뤄온 생태계의 극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장 생명의 바퀴가 삐걱거릴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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