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강래구 “영길이 형이 잘했대”… 이정근 “김남국은 해야 돼”

방극렬 기자 2023. 9. 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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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강래구·윤관석 통화 녹취파일
이정근(왼쪽)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고운호 기자·연합뉴스

‘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당내에 돈 봉투가 살포된 과정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정근(전 민주당 사무총장)씨가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남국 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건네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녹취록도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열린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재판에서 검찰은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취록’을 재생했다. 이 녹취록에는 이정근씨와 강래구씨,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를 살포하는 과정에서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강씨는 2021년 4월 10일 이씨와 통화하며 “내가 (이)성만이 형이 연결해 줘서 그거(돈 봉투) 좀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줬다고 (송)영길이 형한테 말했다”며 “‘성만이 형이 준비해 준 것 갖고 인사했다’라고 하니 ‘잘했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강씨는 또 “(송)영길이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는데 많이 처리를 한 것 같더라”며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다니면서 (금품 등을) 준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강씨가 이성만 의원에게 받은 자금으로 민주당 지역본부장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한 것이 확인됐다”며 “사전 및 사후에 (돈 봉투 살포가) 송 전 대표에게 보고될 정도로, 이 범죄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는 윤관석 의원과 이씨의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돈 봉투가 처음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2021년 4월 28일, 윤 의원은 이씨에게 “아침 회의에는 김남국, 윤재갑 등 4명은 못 나왔어”라며 “이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거기(김남국‧윤재갑)는, 호남은 해야 해”라고 재촉했다. 당 대표 선거 승리를 위해 호남이 고향인 김 의원 등에게는 돈 봉투를 건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의원은 또 “(임)종성 등은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돈 봉투) 3개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당초 예정되지 않은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주는 바람에 추가로 금품이 필요해져 이씨에게 요청한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그해 4월 28~29일 이틀에 걸쳐 동료 의원들에게 3000만원씩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캠프의 선거 운동이 강씨를 포함한 소규모 ‘기획 회의’에서 논의되고 결정됐다고 밝혔다. 녹취록에서 강씨는 이씨에게 “(채팅방에) 윤관석, 이성만, 임종성, 허종식, 굳이 더 넣으면 이용빈 정도만 딱 넣어서, 이건 기획 회의방”이라며 “이 방은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 공유하겠다고 해서, (윤)관석이형 중심으로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검찰은 윤 의원을 통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는 방안이 기획 회의에서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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