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가기 위한 멈춤과 교육부를 향한 유감[기고/구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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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온 데는 우수한 공교육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바로 그 공교육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있다.
그것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슬픔의 표현임과 동시에, 그동안 켜켜이 쌓여 온 학교 현장의 비상식과 비이성으로 인해 그 죽음이 언젠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이대로 가면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질지 모른다는 절망에서 나온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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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만 명의 교사가 구호를 외치며 모이는 것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낯선 장면이다. 그것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슬픔의 표현임과 동시에, 그동안 켜켜이 쌓여 온 학교 현장의 비상식과 비이성으로 인해 그 죽음이 언젠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이대로 가면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질지 모른다는 절망에서 나온 행동이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은 바로 8월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모인 선생님들의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절망으로부터 나온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은 9월 4일을 공교육을 멈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려서 더 멀리 가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공교육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해답이 쉽진 않겠지만 문제 해결의 중요한 주체인 교육부가 공교육 혁신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교사들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공교육 멈춤의 날은 동료를 잃은 선생님들의 상처와 두려움, 그리고 현실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나온 상징적 행동이다. 왜 선생님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잠깐이라도 고민했다면 교육부 높은 분들의 입에서 파면과 해임 같은 거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실효성 없는 대책들만 내놓으면서 잠시 멈춘 선생님들을 징계와 고발로 겁박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부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것이다. 그나마 교권 회복을 위해 만전을 기하라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분위기가 조금은 변한 듯하지만 교육부가 얼마나 바뀔지 아직은 의문이다.
정책은 문제 해결의 수단이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기반한 정책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잘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잘하려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의대에선 일찍부터 정규 교과과정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의사가 환자의 아픔에 공감할수록 환자의 회복이 빠르기 때문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법과 원칙만이 강조되는 사회는 삭막하다. 법과 원칙 위에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문제 해결도 더 잘할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교육부가 선생님들의 상실감과 절망감에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위협하고 억압하는 언어를 거두고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지는 따뜻한 언어로 진정성 있게 다시 다가가길 바란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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