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폐암 일으켜”…정부, 12년 만에 첫 인정
환경부는 5일 오후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열린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폐암으로 숨진 30대 남성 1명의 피해를 인정하고 구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폐암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사실상 인정받지 못했다. 환경부는 “기존 연구로는 폐암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하기에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해 판정을 보류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7월 폐암 피해를 인정받은 피해자가 1명 있었으나, 이 사례는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폐암이 발생했고 비흡연자라 가습기살균제 외엔 폐암 발병을 설명할 요인이 없어 개별적 인과관계 검토 끝에 피해를 인정받은 경우였다.
폐암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되는 데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성분 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MG)에 의한 폐 질환 변화 관찰 연구’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PHMG에 노출되면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근거가 이 연구로 마련됐다.
연구진은 쥐 기도에 PHMG의 농도를 달리해 2주 간격으로 5번 나눠 투여한 결과 40주 뒤 노출 농도가 적은 경우에도 폐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연구진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에 사람 폐 폐포세포가 저용량 PHMG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과 관련된 유전자 위주로 유전자가 변형된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신청자 가운데 폐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206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장인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위원회에서 이 206명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폐암이 발병했다고 모두 피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신청이 들어오면 개별로 검토하겠다”면서도 “환경·유전적 요인으로 폐암이 발생한 경우와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폐암이 발생한 경우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신속심사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속심사는 국민건강보호법상 요양급여비 청구자료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구제급여 지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간질성 폐질환과 천식, 폐렴 등에는 신속심사가 적용된다.
이날 피해구제위원회에서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총 136명에 대해 구제급여 지급이 결정됐다. 또한 피해는 인정받았으나 피해 등급이 결정되지 않은 피해자 357명 피해 등급이 정해졌다. 이번 위원회로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517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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