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41주년' 토트넘 훗스퍼, '캡틴 손흥민' 역사의 중심에...'엠블럼 못지않은 미친 존재감'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손흥민은 토트넘 훗스퍼 역사의 중심에 있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1882년 9월 5일. 전설에 따르면 토트넘 그래머 스쿨과 훗스퍼 크리켓 클럽이 토트넘 하이 로드 가스등 아래에서 'Hotspur'라 불리는 축구 클럽을 결성하기로 발의했다. 141년이 지난 오늘날 창단 멤버들은 그 자리에 세계적인 스타디움이 우뚝 솟으리라 생각했을까?"라며 창단 141주년을 기념했다. 토트넘은 창단, 첫 경기, 화이트 하트 레인(前 토트넘 스타디움), 1부 리그 참가, 잉글랜드 FA컵 우승, 퍼스트 디비전 우승 등의 역사를 소개했다.
창단 141주년 기념 그래픽 중심에는 '캡틴' 손흥민이 자리했다. 손흥민은 지난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4라운드 번리전 당시 세리머니 모습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로비 킨, 레들리 킹, 저메인 데포,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물론 해리 케인, 델레 알리, 위고 요리스, 루카스 모우라보다도 훨씬 컸다.
시즌 개막에 앞서 토트넘은 캡틴 손흥민 체제에 돌입했다. 성골 유스이자 월드클래스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후다. 토트넘은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주장으로 임명됐다. 2014-15시즌부터 주장을 맡았던 요리스로부터 완장을 이어받았다. 제임스 메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부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손흥민은 "거대한 클럽의 주장을 맡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시즌과 새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쏘니(손흥민)는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유했으며 새 주장으로서 이상적인 선택이다. 우리 모두가 그를 세계적인 선수로 알고 있으며 드레싱룸에 있는 모두에게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그룹을 초월한다. 단순히 인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에서 성취한 것이다"라며 믿음을 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언급한 그룹은 선수단 내 친목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이라면 나이, 출신, 국적, 언어, 인종 등과 같은 기준으로 나뉠 수 있다. 이따금 선수단 내에 파벌이 발생했다는 루머가 돌면 꽤나 치명적인 사항으로 간주된다.
손흥민은 앞서 언급한 기준들을 모두 초월했다. 대표적으로 벤 데이비스, 조 로든, 가레스 베일과 형성한 'WKM(Wales Korea Mafia, 웨일스 코리아 마피아)'가 있다. 베일이 토트넘으로 임대됐던 당시 웨일스인 사이에서 어울리는 손흥민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그룹 채팅방까지 존재할 만큼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
경력도 마찬가지다. 프리시즌 동안 로메로, 에메르송 로얄과 찍은 사진이 공유됐다. 에메르송은 입단 이후 꾸준히 손흥민 곁을 지키고 있으며 해당 사진에는 "Mis hermanos(내 형제들)"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올여름 새로 합류한 메디슨은 손흥민과 함께 찍힌 사진을 공유하며 '메디손(Maddison+Son)'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어린 유망주도 챙긴다. 2022-23시즌 EPL 38라운드 최종전 리즈 유나이티드전이 끝났던 시점.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이 토트넘 동료와 함께 품격을 보여준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으며 모든 아카데미 선수들을 환영하고 격려한다. 훈련장 입구에 앉아 유스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팬들은 리즈전 종료 이후 손흥민과 유스 선수가 나눈 특별한 순간을 봤을 것이다.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 덕분에 데뷔전을 치른 매튜 크레이그가 주인공이다. 토트넘 선수들이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동안 손흥민은 크레이그에게 다가가 깊은 포옹을 나눴다. 유망주들을 챙기려는 열망이 느껴진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손흥민은 선수단 모든 그룹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지녔다. 누구나 편하게 다가오고 기댈 수 있는 정신적인 지주다. 단순히 토트넘에서 오래 뛰어 입지가 좋기 때문이라 보기 힘들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노력한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높게 평가한 것도 이 부분이다. 단순히 인기만으로는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토트넘은 오랜 기간 무관에 빠져 있으며 위닝 멘탈리티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선수단 정신력을 지적했던 적이 있다. 캡틴 손흥민은 그런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완장을 차게 됐다.
그렇게 돌입한 새 시즌. 주장 손흥민은 브렌트포드와 치른 개막전부터 특별했다. 킥오프에 앞서 토트넘은 손흥민 주도 아래 토트넘 팬들 앞에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부주장으로 손흥민을 보좌하는 메디슨은 "쏘니가 아이디어가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경기장 가운데 대신 관중석으로 가는 아이디어였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는 걸 보여줘 기뻐했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우리를 높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2라운드에서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라운드에서 본머스를 잡으며 연승을 달린 토트넘.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에서 풀럼에 덜미를 잡히며 고개를 숙였지만 손흥민 맹활약 아래 다시 살아났다. 4라운드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전반 16분 동점골이자 첫 골, 후반 9분 쐐기골이자 멀티골, 후반 21분 해트트릭으로 정점을 찍었다. 히샬리송이 부진에 빠진 지금 스트라이커로서 맹활약을 펼친 주장이다.
동료 선수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에메르송은 "잘했어 손닝요"라는 코멘트를 달았고 손흥민은 숫자 3을 눈에 갖다대며 자축했다. 손흥민 'Son'에 호나우지뉴 'Ronaldinho'를 엮은 것. 손흥민은 올여름 맨유로 임대를 떠난 레프트백 세르히오 레길론에게 '손날두'라는 별명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Ronaldo'를 엮은 것. 로메로는 'El gran sonny'라고 극찬했다. 스페인어로 '거인'을 뜻한다.
끝이 아니다. 손흥민이 SNS를 통해 해트트릭 소감을 올리자 메디슨은 "놀라운 주장", 솔로몬은 "축하해 형제", 판 더 펜은 "고마워 친구", 토트넘 구단 SNS는 "우리 캡틴"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전 세계 팬들이 손흥민을 향해 엄지를 보냈다.
영국 현지에서도 극찬이 쏟아진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해리 케인이 이 짜릿한 토트넘에 일원이 되지 못한 걸 조금이나마 후회할까? 깨어난 토트넘은 파괴적이었다. 손흥민은 눈부신 해트트릭으로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는 메디슨과 새로운 다트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라며 활약상을 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 경기장 안팎에서 본보기가 되는 번리전 토트넘 해트트릭 히어로'라는 제목과 함께 극찬을 보냈다. 매체는 "토트넘 팬들은 케인이 떠난 다음 어디서 골이 나올지 궁금했다면 오늘 그 해답을 얻었을 것이다. 주장 손흥민이 보여준 치명적인 마무리로 토트넘이 번리에 승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언급했듯 손흥민은 득점보다 많은 역할을 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 '토트넘 캡틴'은 '대한민국 캡틴'으로 나선다. 손흥민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동료들을 이끈다. 한국은 8일 오전 3시 45분 웨일스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 13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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