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내 탓이란 거냐”… 시진핑, 원로집단 간언 듣고 분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공산당 지도부 출신 원로집단으로부터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간언을 듣고 격분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원로 그룹은 지난달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앞서 사전 모임을 가졌고 현 지도부에 전달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후 원로들 가운데 대표자 몇 명만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했다.
베이다이허는 허베이성의 유명 휴양지다. 중국 전·현직 지도부는 매년 7월 말이나 8월 초 이곳의 대규모 휴양 시설에서 2주간 여름휴가 겸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열고 국가의 향방을 정한다. 현역 지도자뿐 아니라 정치 원로들이 대거 참여해 함께 토론하는 것이 관례이나, 올 여름 회의에는 당내 유력 원로들이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 고(故)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측근이었던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이 시 주석에게 “더는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와는 다른 강한 어조였다고 한다. 원로들은 중국 경제 침체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을 포함한 중국의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그룹의 예상치 못한 간언을 들은 시 주석은 이후 측근들을 다른 장소에 소집한 뒤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덮쳐왔다”며 “10년이나 노력했지만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인가”라고 분노를 터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원로 그룹이 비판한 혼란은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체제를 거쳐 축적된 부정적 유산이며 자신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닛케이는 시 주석과 원로 그룹 사이의 갈등을 “내정에 혼란의 조짐”이라고 평가하면서, 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 대신 2인자인 리창 총리가 참석하게 된 이유도 이런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공개석상에서 부동산 위기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흔들리는 중국 경제에 대한 문제가 논의되면 시 주석이 체면을 구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직후인 지난 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신흥 5개국(BRICS·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나, 비즈니스 포럼에서 예정돼 있었던 자신의 연설을 막판에 취소하고 대독하도록 했다. 이런 배경에도 돌발 질문이 나올 경우 체면이 깎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회담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닛케이는 “이러한 흐름에서는 11월 중순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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