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나성범·김도영...KIA 핵타선 과거 현재 미래
한 번 불붙은 방망이가 도무지 식을 기색이 없다. 상위 타순부터 하위 타순까지 순서를 가리지 않고 안타를 쏟아낸다. 상대하는 투수들에겐 악몽이다. 같은 편 투수들도 덩달아 편승한다. ‘아 조금만 버티면 타자들이 잡아 주겠구나’. 기운을 내 공을 뿌리니 기세가 배가한다.
KIA는 8월 24일 수원 KT전을 시작으로 9월 3일 SSG전까지 8경기를 모두 이겼다. 이 기간 팀 타율은 0.337. 98안타(경기당 12.3개)를 몰아치며 71점(평균 8.9점)을 뽑아내는 화력 쇼를 펼쳤다. 10개 홈런을 곁들인 장타율(0.519)과 함께 출루율(0.399) OPS(0.918)도 리그 1위였다. 이 기간 20차례 이상 타석에 들어선 타자 중 최형우가 4할대 타율을 뽐냈고, 나머지 8명 중 7명이 3할대를 기록했다. 다이너마이트 속사포 기관총 타선이다.
그 불타는 타선 중심에는 KIA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다. 올해 마흔인 최형우는 과거. 8연승 동안 33타수 14안타, 4할대(0.424) 타율로 11타점을 올렸다. 불혹의 나이에도 올 시즌 타격 18위(0.297), 홈런 8위(15개), 최다안타 공동 14위(113개), 타점 4위(74점)로 나이를 잊은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통산 타점(1535점·4일 현재)과 2루타(484개)에서 올해 역대 1위에 오른 상태다. 성적이 단순한 수치를 넘어서 순도도 높다. 지난달 25일 광주 한화전 3연전 첫 경기에선 2-1로 앞선 7회 쐐기 2점 홈런을 터뜨렸고, 27일 3연전 마지막 날에는 2-2로 맞선 6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문동주의 153㎞ 직구를 받아쳐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연승 기간 도중 그가 기록한 결승 타점만 3개다.
과거가 최형우라면 현재는 나성범(34). 그는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초반 못 뛰다 6월 하순 복귀, 그동안 못 뛴 아쉬움을 방망이에 담아내고 있다. 4일까지 46경기를 뛰면서 타율 0.344 14홈런 44타점. 최근 8연승 기간 동안에는 0.382(34타수 13안타) 3홈런 12타점이다.
최형우와 나성범은 다른 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다 FA 자격을 얻어 고향 팀 유니폼을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 중심 타자였던 최형우는 2017년을 앞두고 KBO 리그 사상 처음으로 총액 100억원(4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그해 KIA 통합 우승을 이끌어냈다. 최형우는 2020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KIA와 3년 47억원에 재계약했고 올해가 그 마지막 해이다. 나성범은 NC 창단 멤버이자 프랜차이즈 선수로 활약하다 2021시즌 후 6년 150억원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최형우는 전주고, 나성범은 광주진흥고 출신이다.
이들이 가져다 온 시너지 효과는 프로 2년 차인 김도영(20)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KIA 타선의 미래로 평가받는 그는 지난해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제2의 이종범’이란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뛰어들었다. 빠른 발은 돋보였으나 타격이 기대에 못 미쳐 타율 0.237 3홈런 19타점 13도루에 그친 바 있다. 올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홈으로 쇄도하다 부상을 입어 3개월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그 역시 나성범처럼 6월 하순 돌아와 팀 타선 활력소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연승 기간 동안 0.367(30타수 11안타) 17득점 3도루를 올렸다.
시대를 융합한 이 트리오가 제 역할을 다하자 박찬호와 김선빈, 김태군, 변우혁 등 다른 동료들 방망이도 같이 터진다는 게 지금 KIA의 무서운 점이다. 최근 KIA를 상대했던 이강철 KT 감독은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도무지 쉬어갈 곳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KIA는 투수들이 약간 흔들려도 타선이 상대 마운드를 맹폭하면서 어느덧 포스트시즌 커트라인(5위)을 넘어 3위 SSG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제 그들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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