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 중단” 배수진 친 홈쇼핑…수수료 협상 깜깜 ‘블랙아웃’ 오나

노도현 기자 2023. 9. 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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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Black Out)’이란 보통 과음 탓에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현상을 뜻한다. 또한 전력 공급이 중단돼 발생하는 대정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TV홈쇼핑 업계에서 블랙아웃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서 블랙아웃은 ‘방송 송출 중단’을 의미한다.

홈쇼핑 블랙아웃 위기에는 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해묵은 송출수수료 갈등이 얽혀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특정 유료방송 서비스 이용자들이 일부 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말 서울 강남 지역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10월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현대홈쇼핑도 전국 23개 권역에서 사업을 하는 케이블TV 사업자 LG헬로비전과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에 협상 결렬 시 방송 송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CJ온스타일까지 LG헬로비전에 같은 입장을 전한 상태다.

홈쇼핑사들이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건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지지부진해서다. 송출수수료 갈등은 협상 시즌마다 반복됐지만, 여러 홈쇼핑 업체가 줄줄이 방송 송출 중단 카드를 꺼낸 건 1995년 국내 홈쇼핑 출범 이후 처음이다.

TV 시청자 수 감소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홈쇼핑사들은 송출수수료를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더 이상은 힘들다며 팽팽히 맞서 있다.

채널 사용 대가 지불하는 ‘자릿세’
“매출 대비 65.7% 차지…더 내려라”
“실제 30% 불과…더 이상 못 내린다”
홈쇼핑·유료방송 사업자 입장 팽팽

■ 해묵은 갈등…시장 악화로 최고조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인터넷(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는 일종의 ‘자릿세’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TV홈쇼핑 7개 채널+겸영 데이터홈쇼핑 5개 채널)이 낸 송출수수료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보다 33.3% 증가했다. 지난해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65.7%에 달했다.

홈쇼핑사들은 시장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상반기 홈쇼핑사(CJ·롯데·GS·현대)의 영업이익은 총 1200억원대로 1년 전보다 40%나 줄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 시청 인구가 줄면서 홈쇼핑 업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고 케이블TV 가입자도 감소 추세”라며 “시장 상황이 좋았을 땐 항상 송출수수료를 올려준 만큼 힘들 땐 서로 도우면서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도 할 말은 있다. 홈쇼핑 방송 중 전화가 아닌 모바일로 결제하는 금액까지 포함하면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이 약 30%대로 대폭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또 송출 중단 시 결국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이 대부분 방송 중 모바일 결제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케이블TV의 경우 송출수수료가 최근 5년간 계속 깎이고 있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홈쇼핑사들이 정작 송출수수료를 더 크게 올린 IPTV(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는 놔두고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케이블TV를 겨냥해 송출 중단을 통보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홈쇼핑업계는 “아직은 성장 추세인 IPTV와 기존 케이블TV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항변한다.

롯데, 10월부터 강남서 중단 위기
NS·현대·CJ “인하 안 되면 초강수”
‘대가검증협의체’ 가동해 최후 조정
“시청자 피해 막을 적극 역할 필요”

■ 대가검증협의체, 효과 있을까

블랙아웃을 막을 여지는 있다. 적정선에서의 수수료 타협, 조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검증협의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협의체가 열리는 건 가이드라인에 운영 근거를 마련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 계약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기본 협상 기간을 5개월, 추가 협상 기간을 3개월로 두고 있다. 이후 사업자 한쪽이 협의 종료 의사를 밝히면 자동으로 갈등 해결을 돕는 기구인 대가검증협의체가 열리게 된다. 양측 사업자 누구든 협의체 가동을 요청할 수도 있다.

NS홈쇼핑도 LG유플러스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어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협의 종료 의사를 밝힌 롯데홈쇼핑-딜라이브와 함께 협의체에 오르는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은 유료방송 사업자와 추가 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협의체는 5~7인의 외부 전문가로 꾸린다. 양쪽 사업자들이 협상 과정에서 자료를 성실히 제공했는지, 불리한 송출 대가를 강요하지 않았는지, 대가 산정 시 고려 요소가 적정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일각에선 협의체의 역할이 협상 과정을 검토하는 데 그쳐 수수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방송을 이어가는 게 최선이기 때문에 실제로 블랙아웃까지 가긴 양측 모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송출수수료의 적정선을 정해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협상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었는지를 살펴서 서로 조율할 수 있게 하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과거부터 정부는 (홈쇼핑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갈등을) 민간 사업자들의 사적 계약 영역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정부가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원하는 가격을 맞춰가는 시장의 힘이 원활히 작용하도록 돕는 협상의 장을 자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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