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직원 투기 방지 혁신안’ 2년, 제대로 지켜진 게 없다
이한준 사장 전직 업체와 수의계약…경실련 “부당 청탁 여부 조사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시행된 혁신안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한준 현 LH 사장은 취임 전 몸담았던 전 직장이 지난해 LH와 설계 용역 수의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장했다. 경실련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임직원 투기 방지 혁신안 이행실태를 발표했다.
2021년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가 드러나면서 시행된 혁신안의 내용은 다양하다. 임직원들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매년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를 정기 조사하며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매수하면 이를 신고하도록 한 것 등이다. 경실련이 파악한 결과, LH 임직원의 재산등록제는 등록 재산을 비공개로 둬서 제3자의 확인이 불가능했다. 경실련은 “등록 재산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심사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LH 임직원의 재산심사 내역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등 부실한 재산심사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LH 임직원의 부동산 매매 신고제 역시 자진신고제여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경실련이 LH에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를 보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 LH 임직원이 직무 관련 부동산을 매매했다고 신고한 건은 0건, 직무상 비밀이용으로 처벌한 건도 0건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LH 임직원 대상 부동산 거래 정기 조사에서는 미공개정보 이용 및 업무상 비밀이용으로 수사 의뢰를 받은 경우가 2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투기가 의심된 감사의뢰 2건이 확인됐다. 업무 관련 부동산 거래가 있었지만 LH의 자체적인 내부 감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1년 취업심사 대상자에 LH 2급 이상 직원을 추가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이후 최근까지 취업 심사를 받은 21명 중 불가 판정은 1명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심사 대상 기업은 자본금 10억원 이상, 연간 거래액 100억원 이상의 업체라 LH 퇴직자 대부분이 사실상 그 이하 규모 기업에 자유롭게 취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한준 사장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 사장은 LH 사장 취임 전인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용마엔지니어링에서 건설사업 분야 종합자문 활동을 했다. LH는 해당 업체와 2022년 7월 용인보라 지방도 315호선 경부고속도로 횡단교량 등 설계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18억5745만원 규모다. 경실련은 이 수의계약에 부당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H는 “용인보라 설계 용역은 2005년 경쟁입찰로 최초 계약이 체결된 뒤 몇 차례 계약기간이 연장된 것”이라며 “지난해 7월도 계약기간 연장을 위해 체결된 것으로 신규 용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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