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꺾은 용역업체 사장은 ‘도공 출신 전관’

윤지원 기자 2023. 9. 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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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1급 본부장 지내다 퇴직
한 달 뒤 동해종합기술공사 재취업
2개월 만에 타당성조사 용역 수주
종점 변경 관여 가능성 배제 못해
국토부·당사자는 관여 의혹 부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한 용역업체에 한국도로공사 1급 퇴직자가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퇴직자는 도로공사 퇴사 후 한 달 만에 해당 용역업체로 갔고, 4개월 뒤 예타안과 다른 종점 변경 노선이 나왔다.

5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현재 동해종합기술공사 SOC사업부문 사장은 한국도로공사 출신 조모씨다. 조씨는 도로공사에서 1급으로 건설처장, 혁신성장본부장을 거쳐 R&D본부장을 지내다 2021년 12월 퇴직했다.

그는 한 달 만인 2022년 1월 동해종합기술공사에 재취업했다. 공직윤리법 시행령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급 이상은 퇴직 후 3년간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의 취업이 제한되는데 도로공사는 이러한 취업 제한 규정이 애초에 마련되지 않은 탓에 즉시 재취업이 가능했다.

조씨의 동해종합기술공사 입사 시점을 감안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제안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해종합기술공사는 조씨 입사 2개월여 만인 지난해 3월15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조사’ 용역 계약을 수주하고, 29일부터 과업을 시작해 50여일 뒤인 5월19일 ‘타당성조사 착수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착수보고서에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대안이 등장한다.

용역업체가 과업 시작 50여일 만에 원안인 예타 종점안 대비 55% 달라진 대안 노선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쏟아졌는데, 이 시기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도로공사 1급 퇴직자가 해당 용역사 고위직으로 근무한 셈이다.

국토부는 조씨 관여 의혹을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씨는 지난해 동해종합공사 사장 직함을 달고 있었지만 양평 고속도로와 관련없는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했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책임자로 온 것은 지난 1월이고 노선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조씨도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노선 쪽은 기술자들이 국토부와 협의한 것이라 나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출장 등 행정처리 3건을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용역업체에 재직 중인 한국도로공사 등 관련 기관 퇴직자의 채용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동해종합기술공사 지명원(시공업체로 지목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 자료를 보면 이 업체에는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출신 등 12명의 퇴직자가 근무하고 78명의 정부 및 공공기관 출신 정책임원이 간접고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고속도로 종점 변경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가능하도록 명분을 만들고 기술적 작업을 한 키맨들이 누군지는 알겠다”면서 “국토부와 도로공사 현직들이 전관 업체를 등에 업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처가 게이트’를 덮으려는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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