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민단체, ‘지진 때 조선인 145명 학살’ 1923년 작성 문건 첫 공개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가나가와현서 벌어진 조선인 학살의 자세한 정보를 기록한 옛 공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선인 학살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자료가 또다시 확인된 것이다.
4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시민단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실을 알고 추도하는 가나가와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지진 2개월 후 가나가와현이 일본 내무성에 조선인 학살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는 1923년 11월21일에 작성됐으며 ‘지진 재해에 따른 조선인과 지나(중국)인에 관한 범죄 및 보호 상황 기타 조사 건’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이 문서는 현내에서 일어난 조선인 살해사건 59건의 사건 일시와 장소, 범죄 사실, 피해자의 주소와 직업 등을 싣고 있다. 살해된 조선인들의 규모는 총 145명으로 파악했으며, 이 중 14명은 이름까지 기재했다.
이번 문서는 과거 간토대학살 연구를 주도해온 재일 역사학자 고 강덕상 선생이 10여년 전 고서점에서 발견한 것으로, 그는 2021년 사망하기 전까지 문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실지조사를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행위는 올해 간토대지진 100년을 기념해 이 문서를 토대로 ‘가나가와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관계 자료’란 제목의 책도 발간했다.
실행위는 이번 보고서가 일본 정부의 공문서로 판명된다면, 조선인 학살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다고 주장해 온 일본 정부 견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나카 마사타카 센슈대 교수는 아시히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정부는 이 자료의 진위 여부 등을 조사하고, 한국과 협력해 희생자의 유족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문서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데 대해 정부 조사에 한정한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간토대지진 직후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여전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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