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옥상 작품 2점 철거 강행
서울 중구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작가의 작품 2점이 5일 오전 철거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쯤부터 2시간에 걸쳐 중장비를 동원해 임씨가 기획한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조형물 철거 작업을 완료했다.
임씨가 지난달 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1심 징역형을 선고받자 서울시는 시립시설 내 설치된 관련 작품 5점을 모두 철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기억의 터’ 두 작품에 대한 철거 작업을 전날 시작했으나 시민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와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들은 “합의 없는 일방적 철거는 여성폭력 지우기에 불과하다”며 철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추진위는 서울시 철거 방침에 추진위 작품 소유권, 공법상 약정에 따른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며 지난달 31일 철거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서울시는 이에 “더 이상 지체는 없다”며 철거 강행 의사를 밝혔고, 실제 5일 새벽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서울시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65%가 ‘임씨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작가 이름만 삭제하고 조형물은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23.8%에 그쳤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기억의 터’가 처음 조성됐던 당시 관계자와 전문가 제안을 받고 공공미술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새로운 콘텐츠로 채울 방침이다. 이 공간은 2016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남산 옛 일제강점기 통감 관저 자리에 조성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쟁 성범죄 피해로 평생을 고통받아온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공간에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존치하는 것은 위안부를 모욕하는 일”이라며 “국민 정서에도 반하는 일인 만큼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민단체는 죽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다”며 작품 철거를 반대한 시민단체들을 비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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