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주화운동사업회에 임원 해임·보조금 환수 명령
시민단체 “활동 위축 우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해 정부가 임원 해임 등의 중징계와 보조금 환수조치 등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 일부 단체에 대한 중복지원, 회계 부정 행위 등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 퇴진’ ‘노란봉투법 지지’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등을 요구한 단체나 개인 등에 지원하거나 포상을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행정안전부는 5일 산하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행안부는 감사를 통해 사업회 임원 2명에 대한 해임을 비롯해 6명에 대한 징계, 경고·주의, 보조금 환수 등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단체 보조금 중복 지원, 결격 민간단체에 행사비 지원, 회계 부정행위, 개인 활동 부당 출장처리, 임의 수의계약 체결 등이 적발된 데 따른 조치라고 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동일 사업으로 지자체 보조금을 수령한 14개 단체 50개 사업에 대해 사업회가 2억6000만원의 보조금을 중복지원했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 기념과 무관한 사업, 서류 미제출, 신청액 한도 초과 등 결격 단체를 지원대상으로 선정한 사례도 17건 적발됐다고 행안부는 밝혔다.
보조금 정산 시 증빙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지원 단체의 회계 부정에 대한 관리를 부실하게 한 사례가 17건, 미승인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근무 시간 중 강의를 나간 직원을 출장 처리하는 등 인력 관리에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했다.
사업회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정권 퇴진’이나 ‘검찰 독재’ 등의 구호,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를 비판하는 입장’ 등을 밝힌 단체를 사업회가 지원한 것을 두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단체를 지원하지 않도록 한 지침을 위반했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사실상 ‘길들이기’라는 입장이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활동에 대해 보조금을 무기 삼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시민 편의를 위해 정부 사업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중소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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