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공시’ 부랴부랴 앞당긴 정부…양대 노총 “갈라치기”
산별노조·상급단체 모두 대상
“조합원 자극해 상급단체 압박”
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애초 내년 1월1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제도 시행을 3개월 앞당겨 당장 내년 초 연말정산부터 영향을 받는다. 양대 노총은 한 푼이 아쉬운 조합원 정서를 자극해 조합원이 노조의 회계공시를 압박하도록 하는 ‘이간계’라며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조기 시행을 위한 재입법예고가 오늘(5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고 5일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6월15일 노조의 회계공시를 요건으로 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부여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노동부는 당시 “여타 기부금 단체가 결산결과 공시 등 엄격한 회계관리를 요건으로 세제 혜택 등을 받는 것처럼 회계가 투명한 단체가 세금으로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조의 회계관리 책임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조합원이 납부한 회비는 지정기부금에 해당해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다른 지정기부금 단체와 달리 노조는 대외적으로 회계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노조가 결산결과를 공시하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은 시행령이 개정되는 다음달 1일 개설된다. 노조는 다음달 1일부터 11월30일까지 두 달간 이 시스템에 2022년도 결산결과를 공시할 수 있다.
조합원이 소속된 노조(산하조직)와 그 상급단체가 모두 결산결과를 공시하면 조합원이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납부한 조합비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현대차지부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 3곳이 모두 공시를 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올해 1~9월 조합비는 예전처럼 공시와 관계없이 세액공제 대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 수가 1000명 미만인 단위노조(산하조직)는 공시 대상이 아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직장인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다급하게 시행령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노조와 상급단체를 옥죄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시행령을 통해 신설한 것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세액공제와 회계공시를 연동시키는 것은 명백하게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노조와 조합원을 갈라치기 위한 시도”라며 “노조 자주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행정개입에 맞서겠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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