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1번째 우천 취소… KIA 일정은 더 엉망으로 변했다, 하늘이 또 외면한 2년차 신예

김태우 기자 2023. 9. 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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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우천 취소 후 숙소로 발걸음을 돌리는 KIA 선수단 ⓒ곽혜미 기자
▲ 5일 갑작스러운 비로 우천 취소된 잠실 경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이 경기가 비로 취소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날이 너무 밝았다. 장시간 비 예보도 없었다. 설사 비가 오더라도 정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과 KIA의 경기는 오후 5시 50분까지 모든 경기 준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두산과 KIA 팬들이 잠실야구장으로 몰려들었다. 손에 우산은 없었다. 차분하게 착석해 플레이볼을 기다렸다. 선수들의 경기 준비도 지극히 정상이었다. 정상적인 시간에 훈련을 시작해, 정상적인 시간에 훈련을 마쳤다.

그런데 오후 5시 50분 정도부터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은 맑았다. 마치 마른하늘에 비가 오는 것 같았다. 기상청 레이더상 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비구름 한 점 없었다. 딱 예외가 있었는데 서울 동남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동쪽으로 구름이 빠져 나가는 게 기상의 섭리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았다.

가열된 지면이 순식간에 비구름을 만들었고, 이 비구름을 흘러나가지 않고 정체되며 잠실 일대에 많은 비를 뿌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순간 곧바로 작업을 시작해 방수포를 덮고 비가 그치길 기다렸지만, 1시간이 지나도록 비가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제법 세찬 비가 계속 내렸다. 내야는 덮었지만 외야는 무방비였다. 30분이 지나자 빗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비가 그쳐야 정비가 가능했다. 그러나 오후 7시가 다된 시점까지도 비가 그치지 않았다. 정비는 손도 못 댔다. 결국 7시를 조금 앞둔 시점 취소 결정이 나왔다. 취소 메시지가 전광판에 뜨자 관중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감정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도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

그냥 이날 상황만 놓고 보면 두 팀 모두 이득을 본 것 같다. 두산은 지난 주말 사직 롯데전이 비로 취소되는 바람에 월요일 경기를 했다. 이번 주 내내 경기가 있었다. 9일은 더블헤더다. 일주일간 8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일단 이날 경기가 취소되면서 연전은 피했다. KIA도 이날 대체 선발 황동하의 선발 등판이었다. 경기 취소로 당장의 대체 선발 투입은 피했다.

▲ 시즌 막판 빡빡한 일정에 고민이 깊어지는 김종국 감독 ⓒ곽혜미 기자
▲ 갑작스러운 비에 선발 기회가 씻겨 내려간 황동하 ⓒ KIA 타이거즈

그러나 KIA는 벌써 올 시즌 21번째 우천 취소다. 가뜩이나 빡빡하게 잔여 일정이 남아있다. 더블헤더 일정만 세 번이다. 이 경기는 예비일이 없어 10월 10일 이후 추후 편성된다. 남들 다 시즌이 끝났을 때, 홀로 묵묵하게 경기를 해야 할 판이다. 당장 오늘, 혹은 그때의 손익 계산이 문제가 아니라 경기가 더 밀려서는 안 되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한편 황동하로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한 차례 날아갔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마리오 산체스의 대체 선발로 낙점된 황동하는 이날 선발 출전 예정이었다. 지난 8월 20일 삼성전에서 4⅔이닝 동안 3실점하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도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며 어깨가 식는 어려움이 있었다. 1시간 이상을 쉬고 나가 씩씩하게 던졌으나 우천 중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남기기 충분했다. 이날도 하늘이 돕지 않았다. KIA는 황동하를 6일로 미루는 대신, 원래 이날 등판 예정이었던 토마스 파노니를 선발로 예고했다.

일단 추후 다시 기회는 있을 전망이다. 김종국 KIA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가 괜찮게 보고 있다. 김 감독은 5일 경기를 앞두고 황동하에 대해 공격적인 마인드로 던진다고 칭찬하면서 “오래간만에 선발로 나가 잘 던졌다. 공격적인 투구도 좋았고, 레퍼토리도 좋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조금 더 정교한 커맨드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그 부분만 조금 신경 써 달라고 투수코치에게도 말을 했었다"고 당부했다.

어차피 이번 주 KIA는 9일 광주에서 LG와 더블헤더 일정이 있다. 대체 선발이 필요하다. 다만 2군에서 준비하고 있는 투수들도 있어 저울질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실 KIA도 이날 경기가 취소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명확한 결정은 5일 밤에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 6일 잠실 두산전 선발로 예고된 토마스 파노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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