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패싱…바이든 속 보인 ‘체리피킹’ 외교
중국 견제 위한 동맹국만 방문
파트너십 아닌 편의주의 지적
‘뉴델리와 하노이에는 가지만, 자카르타에는 가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를 건너뛰고 인도와 베트남으로 향하면서, 필요한 동맹만 콕 찍어 관계를 강화하는 ‘체리피킹’(취사선택)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표면적으로 ‘아시아 중시 정책’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중국 견제에 필요한 동맹국만 골라 집중 관리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를 건너뛰는 것이 실수인 이유’라는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를 방문한 뒤 베트남으로 향하면서도, 지척인 인도네시아에 들르지 않는 배경을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캄보디아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직접 방문해 훈센 당시 총리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7~10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인도를 방문한 뒤 베트남으로 이동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일정이 냉정하게 계산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근현대 동남아시아 역사 관련 저서를 다수 출간한 마이클 바티코티스는 블룸버그에 “(미국의 아시아 외교 목적은) 중국을 겁주는 것”이라며 “중국이 참석하는 다자포럼보다는 (지리적으로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나라들을 하나씩 골라 따로 공략하는 편이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보다 베트남에 집중하는 것이 중국 견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비동맹주의를 고수하는 인도네시아는 미·중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이 베트남까지 포섭하면 중국 포위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에 이어 최근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미국의 속 보이는 전략이 근시안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정부의 체리피킹 외교는 미국이 아시아와의 실질적 파트너십이 아닌, 편의주의적 관계만을 원한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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