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적 이해’ 부합…양국 훈련 땐 한반도 안보 격변
북·중·러 연대 과시하며 고립 탈피…나토에는 ‘적’ 찍힐 수도
해상 훈련 가능성 높아져…중국은 미국 고려해 동참 않을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무기 지원 대가로 핵 무력 고도화 기술을 얻어내고 국제사회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군사·외교적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러 군사훈련까지 현실화하면 한반도의 ‘신냉전’ 긴장은 전례 없이 고조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이 더욱 고립되는 악수가 될 수 있으며 중국이 북·러 밀착에 가담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원도 5일 “김정은이 조만간 방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면 2019년 4월 이후 4년5개월 만이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지난 7월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기념해 북한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빈번히 친서를 주고받으며 드러내 온 강력한 북·러 연대를 정상들이 만나 확인한다는 차원이 강하다.
두 나라가 정상회담을 통해 추구할 수 있는 군사적 실익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각종 무기 등 군수 물자를 북한으로부터 제공받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군사정찰위성 등 핵 무력 개발에 필요한 고도의 기술력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외교적 실익도 상당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북한은 고립에서 탈피해 북·중·러의 강력한 연대를 과시하며 한·미·일에 시위한다는 효과가 크다”며 “러시아는 북한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동북아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러 정상이 연합군사훈련 시행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러 군사훈련이 성사되면 한반도 주변의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속 북·러 연대가 격상되는 의미가 크다. 러시아가 그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외교적 공간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직접적인 군사 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북한이 다른 나라와 군사훈련을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북·러 군사훈련 추진은 상징적이다.
북·러 군사훈련이 진행되면 해상 훈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이 최근 해군사령부 등 주요 해군 시설들을 집중적으로 방문한 점이 이를 시사한다. 홍 위원은 “북한이 전략적 가치를 높게 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핵잠수함 등 해군 관련 핵 무력 기술을 러시아와 해상훈련을 하며 공유받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북·러 해상훈련 전개 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한·미·일 군사협력은 그간 지상·공중이 아닌 해상 훈련으로 현실화해왔다. 동해 공해상 등에서 한·미·일과 북·러 해상 전력이 대치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추진이 북한에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북한을 적대국으로 대하면서 북한은 한·미·일에 나토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중·러 연대의 한 축으로 꼽히는 중국이 북·러 군사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긴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홍 위원은 “중국은 무역 측면에서 미국과 조정을 추진하고 있기에 북·러와 지나치게 연대해 미국을 자극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특히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은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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