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집필 교수, 육사 홍범도 흉상 재배치 주도했다
‘박정희 칭송’ 나종남 교수
윤 정부 ‘독립운동사 지우기’
배경에 뉴라이트 세력 드러나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철거를 주도했던 육사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위원장 김순수 교수부장)의 실무 총괄자가 나종남 육사 군사사학과 교수(사진)로 5일 확인됐다.
나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이었다. 뉴라이트 성향으로 평가받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출범한 2011년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창립준비위원회 명단에 나 교수 이름이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군이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아 홍 장군 흉상 철거를 결정하면서 친일 전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 관련 웹툰은 복원시키는 등 독립운동사 지우기에 나선 배경에 뉴라이트 세력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날 경향신문이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나 교수는 육사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 간사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논란이 일어난 뒤 재배치 위원회 인사 명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 교수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당시 국정교과서 현대사 부문에는 1948년 8월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사관이 그대로 담겼고, 박정희 정부와 재벌을 미화하는 부분이 늘어 논란이 됐다.
나 교수는 국정교과서 문제가 불거졌던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학자들의 글을 공유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가 2014년 공유한 글에는 “박 전 대통령의 독립군 토벌 사실이 100% 날조됐다” “자유라는 것은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제한돼야 한다. 이를 가지고 독재라고 매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등 박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주장만 나열됐다.
한국현대사학회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단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 공개한 정성호 의원 “역사 왜곡 인물 임명한 이유 밝혀야”
육사 “나 교수 주도 아냐”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축소·왜곡하거나 이승만·박정희 정부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나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 집필에도 참여했다. 이 책은 1948년 8월15일 이승만 정부의 탄생을 건국일로 보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2008년 건국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공동저자로 들어가 있다.
뉴라이트 인사인 나 교수가 육사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 총괄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역사관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군과 정부는 홍 장군 흉상을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는 것뿐이지 뉴라이트 이념에 편향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극우 뉴라이트의 편향된 이념이 대한민국 이념이 돼야 하느냐”는 설훈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윤석열 정부가 극우 뉴라이트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성호 의원은 “육사 내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를 주도한 인물이 극우 성향의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집필진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방부와 육사는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총괄책임자로 임명한 이유와 위원회 전체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사는 “간사 직책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위치가 아닌 위원회를 운영해 나가는 데 필요한 연락이나 회의 소집 및 진행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며 “위원회는 특정인에 의해 주도될 수 없고 총 19명의 위원들이 함께 논의하며 추가로 학교의 주요 직위자들이 수회의 개념 토의와 현장 토의 등을 통해 결정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육사는 또 “나 교수는 6·25전쟁사를 연구한 전문연구위원 자격으로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한국현대사학회와 무관하며 창립준비위원 등으로 활동한 적 없다”고 했다.
탁지영·유새슬 기자 g0g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고작 10만원 때문에…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 미납 과태료 전국 1위는 ‘속도위반 2만번’…16억원 안 내고 ‘씽씽’
- [스경X이슈] 김광수 vs 티아라 화영, 진짜 싸움 시작인가…12년 전 왕따 사건 ing
- 평화의 소녀상 모욕한 미국 유튜버, 편의점 난동 부려 검찰 송치
- 명태균 “김건희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 들통날까 전전긍긍”···녹음 추가 확인
- 김종인 “윤 대통령, 준비 없이 시작해 2년 반 잃어버려”
- “나 물개 수신!” “넷째, 돌아와”…우크라, 북한군 통신 감청 공개
- 서울고검, 김건희 여사 ‘도이치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 적절성 검토 개시
- 영남대 박정희 동상에 달걀·밀가루 세례···동문회 “철거하라”
- “올해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큰 배 탔는데”…애타는 제주어선 침몰 실종자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