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불붙인 물가, 다시 3%대 껑충
농산물값도 폭등…추석 준비 비상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1%포인트 이상 오르며 다시 3%대를 기록했다. 한 달 새 상승폭으로는 23년 만에 가장 크다.
최근 국제유가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데다 여름철 폭염·폭우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큰 폭 올라 그간 둔화 흐름을 이어오던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진 것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산유국들의 감산이 계속되는 데다 흑해곡물협정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9월 추석 수요까지 겹치며 당장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8월 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 1월(5.2%) 이후 6개월 연속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다 다시 상승 반전한 것이다.
상승률은 지난 7월(2.3%)에 비해 1.1%포인트 올랐다. 한 달 새 증가폭으로는 2000년 9월 이후 가장 컸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5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 중인 기름값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8월 대비 11.0% 내렸는데, 하락률은 7월(-25.9%)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기름값이 폭등한 탓에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내렸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하락률은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폭염·호우 등 이상기후 탓 ‘금값’이 된 과일값
신선식품지수 전년비 5.6% ↑
사과 30%·복숭아 23% 급등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월 70달러 선까지 내려간 국제유가는 2분기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현재 90달러 선에 근접한 상태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 가격은 지난 8월 5주 기준 ℓ당 1744.94원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8월 3주(ℓ당 1780.15원) 이후 가장 높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1.1%포인트 오르는 데 석유류 가격이 80%가량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폭염과 호우 등 불리한 기상 여건 탓에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지난달 물가 자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8월 대비 5.4% 상승했고 수산물 가격도 같은 기간 5.8% 올랐다.
특히 과일 물가는 1년 전보다 13.1% 치솟으며 지난해 1월(13.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품목별로는 사과(30.5%), 복숭아(23.8%)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생선 등 해산물, 채소, 과일 등 품목이 포함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농산물 등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른 탓에 물가 상승세가 확대됐다며 전반적인 물가 흐름 자체는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3.9% 증가하며 전월 대비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지던 근원물가 둔화 추세가 4개월 만에 멈춘 것이다. 음식·숙박(5.2%), 의류·신발(7.8%), 기타 상품·서비스(6.0%) 등은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등 물가 상방 압력이 높아 근원물가 역시 향후 오름세가 가팔라질 우려도 있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추이가 하반기 물가 상승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전날 각 배럴당 89.47달러, 89.00달러까지 오르면서 최근 한 달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는 등 계속되는 유가 상승세에 따라 9월 물가 상승률 역시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9월에도 꺾이지 않는 폭염과 태풍 가능성 등 기상 여건도 농산물 가격에 부정적이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추석 수요 역시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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