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곧 회동…동북아 정세 요동

김유진 기자 2023. 9. 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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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김정은, 다음주 방러 유력”
무기·첨단기술 거래 등 논의 전망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가속
국정원도 가능성 두고 “예의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포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을 전수받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동북아 정세에 격변을 몰고 올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대한 북·중·러의 맞대응이 본격화하면서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NYT에 따르면 북·러 정상은 이달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방탄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 함대사령부 33번 부두도 방문할 계획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1500㎞ 떨어진 ‘보스토니치 우주기지’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NYT는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말 북한 지도부 경호 담당자들을 포함한 약 20명의 북한 대표단이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뒤 모스크바까지 비행기로 이동했는데, 미 정부는 이를 김 위원장의 방러 ‘사전답사’ 차원으로 보고 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대한 포탄과 대전차미사일 지원에 합의할 것을 원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식량 지원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무기 부족분을 조달하려는 정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두 정상이 무기 거래를 위해 수차례 친서를 교환했다는 첩보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북·러의 군사 공조 강화 움직임을 강하게 견제했다.

이번에 미 정부 당국자발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러 및 북·러 정상회담 계획이 공개된 것은 지금까지의 첩보 공개보다도 수위가 높고 내용도 구체적이다. NYT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 계획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이전의 경고 수위를 훨씬 넘어섰다”며 “해당 계획과 관련한 첩보는 아직 기밀해제되거나 정보 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도 5일 “김정은이 조만간 방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NYT 보도 내용을 사실상 시인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계기 방북한 이후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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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를 위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했고, 이에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의 방러를 맞제안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성사되면 북·러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줄곧 폐쇄해온 국경을 최근 개방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외교에 나서는 셈이다.

특히 북·러 정상회담은 동북아에 짙게 드리운 신냉전 구도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준군사동맹’으로 협력을 강화한 한·미·일 3각 공조에 대응하는 북·중·러 진영의 결속이 본격화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김 위원장에게 북·중·러 연합훈련도 정식 제의했다고 국가정보원이 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NSC 대변인은 5일 NYT 보도에 관한 입장을 묻는 경향신문의 질의에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해온 것처럼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은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NYT 보도 내용과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이에 대해 할말이 아무것도 없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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