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반찬 골고루 같이 먹어라”…한국인 식습관이 당뇨 키웠다고?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3. 9. 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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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공복혈당보다 중요한 ‘식후 고혈당’
먹는 순서만 바꿔도 수치 확 줄일 수 있어
식후 혈당 150 넘는 혈당스파이크 위험해
식후 혈당 높은데 방치하면 동맥경화 진행
빵이나 쌀 등 탄수화물은 고기 먹고 섭취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건강검진 때 당뇨병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가 8시간 이상 금식 후 공복혈당 측정이다. 공복혈당이 100~125㎎/㎗이면 ‘당뇨병 전단계’, 126㎎/㎗ 이상이면 ‘당뇨병’을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당뇨병에서 식전 공복혈당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식후 혈당’이다. 공복혈당이 당뇨병 전단계 수치가 나와도 식후 혈당이 급상승(식후 고혈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건강검진만으로 정확한 당뇨병 판별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타사토대 기타사토 연구소 병원 야마다 사토루 당뇨병 센터장의 말을 인용해 “식후 고혈당은 식사 후 2시간이 지나도 혈당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며 “일반적으로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도 잠시 후 정상치로 돌아오지만 인슐린 작용이 미흡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평소 실시하고 있는 공복시 혈액검사로는 찾기 어려워 ‘숨은 당뇨병’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식후 2시간 뒤 혈당이 140~199㎎/㎗이면 당뇨 전단계, 200㎎/㎗ 이상이면 당뇨병이 의심된다. 도쿄도내 회사원 약 30명을 조사해보니 약 2/3가 식후 고혈당으로 여겨지는 140㎎/㎗을 넘었다.

당뇨병은 △8시간 이상 금식후 공복혈당이 126㎎/㎗ 이상 △75g의 포도당용액을 마신 뒤 2시간 후 혈당이 200㎎/㎗ 이상(75g 경구 당부하검사) △당화혈색소(약 2~4개월간의 평균 혈중 혈당 농도) 6.5% 이상 등 3가지에 해당되면 검사를 반복해 최종 진단을 내린다. 식전 공복혈당 검사는 인슐린의 분비능력을, 식후는 인슐린의 순발력을 살펴보기 위해서 시행한다. 식후 혈당치는 병의원에서 검사를 받지 않아도 전용기구를 사용하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 기구 바늘을 손가락 끝에 찔러 미량의 혈액을 채취해 조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식후 고혈당이 위험한 것은 오래 방치하면 혈관을 손상시키고 모르는 사이 동맥경화가 진행돼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식후 혈당수치가 급격히 오른 뒤, 바로 내려가는 ‘혈당스파이크(Sugar Spike)’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후 혈당이 급등락을 반복하게 되면 혈관이 손상되고 심혈관 질환과 돌연사의 위험을 높인다. 혈당스파이크는 식후 30분부터 2시간 사이에 혈당 수치가 150㎎/㎗ 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공복혈당의 정상 수치가 100 ㎎/㎗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식후와 공복의 혈당 차이가 50㎎/㎗ 이상이거나 식후 혈당이 150㎎/㎗ 이상이면 혈당스파이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혈당스파이크 증상은 △식후 급격한 피로감과 참을 수 없는 졸음 △식후 어지럼증과 불안감 △집중력과 판단력 흐림 △식후 공복감과 단 음식 욕구 등이다.

혈당스파이크는 마른 사람도 방심할 수 없다. 일본의 한 연구팀(순천당대 다무라 요시후미 교수)이 18~29세의 마른형(BMI 16~18.5 미만) 여성 중 식후 고혈당인 비율이 또래 표준체중 여성의 약 7배에 달했다. 다무라 교수는 “근육이 줄어들면 인슐린의 기능이 둔화되어 포도당이 충분히 섭취되지 않아 혈당치가 급격히 오르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식후 혈당과 함께 혈당스파이크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식사법과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식사는 우선 당질제한이 관건이다. 한끼에 섭취하는 당질량을 20~40g으로 억제하고, 지질(단백질)을 제한하지 않고 먹는 것이다. 야마다 센터장은 “지질은 인슐린의 분비를 앞당겨 혈당치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당질(糖質, glucide)은 당류로 밥, 빵, 면류 등 탄수화물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탄수화물은 ‘당질+식이섬유’로 이뤄지는 데 당질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라면은 탄수화물 78g, 식이섬유 0g이기 때문에 당질이 78g이고, 라또는 탄수화물 9g, 식이섬유 5g이어서 당질이 4g이다.

당질은 중독되면 만병의 근원인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은 당뇨병, 심뇌혈관 질환을 비롯해 만성 신장병, 뇌졸중, 암, 알츠하이머병 등 무서운 병과 관련되어 있다.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고기나 생선을 먹은 후에 쌀이나 빵 등의 주식을 먹는 게 바람직하다. 단백질이나 지질을 먼저 섭취하는 것이 혈당치 상승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가지야마 시즈오 가지야마내과 원장은 ‘식사순서 혁명’이라는 책에서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식사순서를 먼저 채소를 먹고, 그 다음으로 단백질 반찬, 마지막으로 밥을 조그만 먹는 순서로 바꿔보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가지야마 시즈오 원장은 이어 “기존의 ‘무엇을 먹을까’에서 탈피해 ‘어떻게 먹을까’에 주목해 채소, 단백질, 밥의 순서로 30분 넘게 천천히 식사를 해보니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 등 3고(高)를 치료한 환자들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식사는 국, 밥, 반찬 순서로 먹거나 아니면 순서없이 아무렇게나 먹는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밥, 반찬, 국, 고기를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밥을 먹으면서 반찬, 국, 고기를 동시에 먹게 된다. 그러나 밥 혹은 반찬만 몰아 먹는 것은 잘못된 식습관이다.

운동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라면 회사에 도착하기 한 두 정거장에서 미리 내려 걸어 출근하도록 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가 10년간 미국의 40세 이상 4800여 명을 대상으로 8000보와 4000보 걷기 효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8000보가 사망 위험을 51%나 더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 논문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명으로 2010년 당뇨병 환자수가 312만명임을 감안할 때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당뇨병의 중요한 위험인자는 비만과 가족력이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및 운동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고 있는데, 체중이 증가할수록 혈당·혈압·콜레스테롤도 증가하기 때문에 당뇨병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의 당뇨병 발생 위험이 약 3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40세 이상 성인이나 30세 이상이면서 비만, 고혈압,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부족, 가족력 등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당뇨병이 없는지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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