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성 진통제’ 매일 4백 알 먹은 의사도…‘셀프 처방’ 사각지대
[앵커]
안녕하십니까.
오늘(5일) 9시 뉴스는 KBS가 단독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1년 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부는 '악, 소리 나게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검찰은 비교적 값이 싸고, 거부감이 적은 의료용 마약이 더 큰 문제라고 봤습니다.
석 달 전 kbs의 조사에서도 마약 경험자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병원에서 마약을 구했다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식약처 자료를 분석해보니 마약류를 자기 자신에게 처방하는 의사들이 해마다 8천 명 안팎에 이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스스로 하루 4백알 넘게 처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먼저, 실태부터 보시죠.
이화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약'이란 큼직한 글씨가 붙어있는 이 약,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 입니다.
암 환자 등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제한적으로 처방되는 마약류인데, 일반 약국에선 구할 수 없습니다.
[약사 : "의존성이 생길 수도 있고, 호흡억제 부작용이 있어서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는 (약물이에요.)"]
그런데 지난해 한 해 동안 이 약물을 16만 정이나 처방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 4백 알 넘게 먹어야 하는 양인데, 지방의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A 씨였습니다.
자신의 처방권을 이용해 스스로에게 다량의 마약류를 '셀프처방'한 겁니다.
넉 달 전 다니던 병원도 그만둔 상태, 병원 측은 A 씨가 오남용 우려로 인한 식약처의 감시 속에서도, 정량보다 많은 약을 처방했다고 말합니다.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2주 치를 (스스로 처방) 내셨으면 2주를 드셔야죠. 이것이 일주일 만에 또 처방전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제가 몇 번 얘기를 했었거든요."]
또 A 씨가 찾아온 환자들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쉽게 처방해줬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꼭 원장님한테 처방을 받아야 되겠다고 오시는 분이어서 저는 이분이 어떤 명의시길래 (생각했는데), 그런데 보니까 향정(신성) 약들이 이렇게 들어있더라고요."]
어렵게 연락이 닿은 의사 A 씨, "척추 수술 후유증 때문에 진통제가 필요했다"며, 처방받은 마약류는 자신이 "모두 먹었다"고 했습니다.
[A 씨/'마약류 셀프 처방' 의사/음성변조 : "이제 약이라는 게 톨러런스(내성)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복용량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리고 약이 또 반응을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용량이 자꾸 올라갔고요."]
A 씨는 식약처 의뢰로 검찰 수사도 받았지만, 검찰은 지난 5월 기소유예했습니다.
마약류를 남용한 혐의는 인정됐지만, '셀프처방' 자체는 의료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최연숙/국회 보건복지위 의원/국민의힘 : "오남용으로 인해서 중독된 상황이라든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환자의 진료권이 저는 침해를 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들은 해마다 8천 명 안팎으로 전체 활동 의사 중 6%에 이릅니다.
또, 마땅한 규제가 없다 보니 매년 새롭게 '셀프 처방'에 나서는 의사들도 천 명 이상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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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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