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정 산골마을에 파리떼 습격…버려둔 분뇨 '700톤' 때문
충북 제천의 한 산골마을에 그동안 없던 파리떼가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추적해 봤더니, 누군가 700톤 넘는 가축분뇨를 산 한복판에 버리고 방치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가 그런 건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북 제천의 한 산골마을입니다.
끈끈이에 파리가 붙었습니다.
파리가 얼마나 많은지 직접 잡아봤습니다.
단 며칠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취재 차량에도 파리가 몰려듭니다.
촬영 장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동례/마을 주민 : 파리가 바글바글하게 와. {지금 어머니 얼굴에도…} 아침에 나오면 나한테 다 달라붙어.]
주민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곳에 파리떼가 몰려온 건 올해 5월쯤입니다.
[마을 이장 : 어느 날부터 갑자기 파리가 막 생기더라고. 이게 뭐지? 여기가 반딧불이도 있고 청정 지역인데…]
주민들도 처음엔 이유를 몰랐습니다.
취재진은 파리의 흔적을 따라가 봤습니다.
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땅을 판 자리에 돼지분뇨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굴착기는 작업을 멈췄고 삽과 장갑도 그대로 놓였습니다.
돼지분뇨는 빗물과 섞여 산 아래 마을로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산속에 분뇨를 버린 뒤 방치한 겁니다.
이 땅의 등기부등본을 떼봤습니다.
현장에서 20분쯤 떨어진 곳에서 화물운송업을 하고 있는 땅 주인이 나왔습니다.
직접 만나봤습니다.
[박모 씨/사업자 (땅 주인) : {JTBC에서 왔는데요.} 전화라도 한 통 하고 오는 게 예의 아니에요? 매너고. {그럼 그냥 돌아갈까요?} 아니요. 얘기하세요. 오셨는데 왜 가요.]
박씨는 3년 전인 2020년 땅을 샀습니다.
비료를 만든다며 돼지와 소, 닭의 분뇨를 지난해 11월부터 버려뒀습니다.
[박모 씨/사업자 (땅 주인) : 겨울에 원래는 (분뇨가) 밭으로 가야 하는데. 눈도 오고… 임시로 야적장식으로 쓴 거예요.]
관할 지자체엔 분뇨 11톤을 두겠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700톤이나 버렸습니다.
[제천시청 농업정책과 : 냄새 안 나게 완전히 (비닐로 덮어서) 포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고 방치했잖아요.]
지자체는 열달 동안 한번도 현장에 가보지 않았습니다.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달 사실을 확인하고 땅 주인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주민들은 정부 부처에도 민원을 넣었습니다.
[환경부 : 가축분뇨 배출시설에 대한 인허가라든지 점검 권한은 지자체에…]
산이 오염돼 마을까지 위협받는데 가축분뇨라고 권한이 없다는 겁니다.
다른 곳도 관할 타령만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 검토를 해보면 (농림부 관할이) 아닐 수도 있고 그렇거든요. 제가 한번 제천시에 정확하게 물어보고…]
취재가 시작되자 박씨는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박모 씨/사업자 (땅 주인) : 장화 신고 들어갈 수도 없고. 여기까지 빠지는데… {저 오늘 장화 신고 들어갔어요.} {그럼 언제 다 치울 거예요?} 이번 달 안에요.]
정부 부처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산속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지자체가 뒤늦게 분뇨를 치우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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