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두 줄 엮다 보니 40년, 전통 매듭의 美 알아주길…”

김신성 2023. 9. 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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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죠. 작품을 박물관에 모두 보낸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씨가 기증한 매듭 작품과 자료를 선보이는 특별전 '매듭'을 5일부터 11월6일까지 선보인다.

특히 전시 3부에 해당하는 '이부자의 인생 매듭'은 이씨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다양한 작품을 하나로 엮어낸다.

묵주, 염주, 목걸이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에 매듭을 더한 작품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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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자씨, 40년 작품 기증 특별전
통역사하다 우연히 매듭의 길로
“故 김희진 제자 중 최고 평가”
비취발향 노리개 등 160점 선봬

“매듭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죠. 작품을 박물관에 모두 보낸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하루 5∼6시간 앉아서 매듭과 씨름한 세월 40년이 훌쩍 넘었다. 매듭 공예가 이부자(79)씨는 이렇게 정성을 들여 하나하나 맺은 매듭 작품 등 160여점의 자료를 올해 초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당연히 ‘정성껏 손으로 맺은 삶의 시간’이었던 작품들을 떠나보낼 때 느꼈던 허전함과 애잔함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매듭 공예가 이부자씨가 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자신이 기증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가 매듭에 반평생을 바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963년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한 그는 독일 수녀의 소개로 독일로 건너가 직업학교에 다니며 4년간 머물다 돌아와 통역 업무 등을 했다. 그러다 1980년대 초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보유자 고(故) 김희진(1934∼2021) 장인의 강의 소개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무작정 찾아갔고 그 길로 매듭에 빠졌다. 이씨는 “우연히 시작했지만, 김희진 제자 중에는 ‘이부자 솜씨’가 최고라는 말이 듣기 좋아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씨가 기증한 매듭 작품과 자료를 선보이는 특별전 ‘매듭’을 5일부터 11월6일까지 선보인다. 특히 전시 3부에 해당하는 ‘이부자의 인생 매듭’은 이씨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다양한 작품을 하나로 엮어낸다.
붉은색 매듭과 초록색 실의 대비가 돋보이는 ‘비취발향 노리개’(사진)는 1996년 제21회 전승공예대전에서 특별상(문화재관리국장상)을 안겨준 대표작으로 꼽힌다. 은으로 만든 ‘수복(壽福)’ 글자 장식과 빨강, 노랑, 초록 실이 어우러진 은삼작노리개, 귀도래매듭·가락지매듭·국화매듭 등을 맺은 옥나비 노리개도 눈여겨볼 만하다. 묵주, 염주, 목걸이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에 매듭을 더한 작품도 볼 수 있다. 1982년 금성사의 미국 공장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벽걸이 형태의 장식물은 기념패에 매듭과 술을 달아 장식했는데, 당대 유행한 장식을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보니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이씨는 “이번 전시를 보고 그저 요즘 사람들이 ‘예쁘다’, ‘정말 예쁘다’ 하면 그거면 좋지요”라며 웃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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