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했던 투수전, 그래도 깜짝 호투가 에이스를 이기랴[창원에서]
[창원=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굉장했던 투수전이었다. 이안 맥키니(키움 히어로즈)는 실책만 없었다면 4회까지 퍼펙트, 5회까지는 노히트를 이어가며 전혀 기대하지 않던 호투를 했다.
깜짝 호투를 펼쳤지만 '진짜' 에이스를 이길 수는 없는 법. 트리플 크라운에 시즌 MVP까지 노리는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의 압도적 투구에 키움 타선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페디는 역시 페디였고 맥키니는 꺼져가는 믿음의 불꽃을 조금이나마 되살린 호투였다.
NC는 5일 오후 6시반 경남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의 홈경기에서 페디의 호투와 박건우의 2점홈런으로 2-1로 승리했다. 경기전 KIA 타이거즈와 승률 0.528 동률이었던 NC는 KIA-LG 트윈스전이 우천 취소된 틈에 승리를 추가해 4위를 탈환했다. 반면 키움은 4연승에서 끊겼다.
경기는 엄청난 투수전이었다. 페디야 리그 최고 에이스니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맥키니의 반전은 충격적일 정도였다. 맥키니는 6월25일 KBO리그 데뷔전을 가진 이래 초반에만 좋았다 8월 6경기에서 무려 평균자책점 10.59라는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8월30일에는 3.2이닝 7실점.
이런 상황이다보니 NC 에이스 페디와의 맞대결에서 키움이 승산이 없는게 아닌가 했다. 하지만 좌완 선발 맥키니의 투구는 대단했다. 1회말 삼자범퇴에 이어 2회에는 4번 마틴을 삼진으로 잡은 후 5번 김성욱은 3루수 실책으로 어쩔 수 없이 출루시켰다. 이후 연속 파울 플라이로 2회를 마친 맥키니는 3회에도 삼진 하나를 곁들인 삼자범퇴, 4회에도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4회까지 실책만 없었다면 퍼펙트 게임을 했다. 4회까지 기세만 봤을 때는 페디보다 더 좋았다.
그러나 5회부터 조금씩 흔들렸다. 5번 김성욱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날 사실상 첫 출루를 허용한 맥키니는 이후 서호철에게도 볼넷을 줘 처음으로 득점권까지 진루시켰지만 이후 득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5회까지 노히트였던 맥키니는 결국 6회 무너졌다. 타순이 세바퀴 돈 6회 1번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줬고 2번 박민우는 잡았지만 3번 박건우에게 체인지업이 통타당하며 우측 담장 넘어가는 2점홈런을 맞고 말았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결국 맥키니는 6이닝동안 89구를 던져 2실점 2피안타(1피홈런) 3볼넷 삼진 3개로 잘 던졌지만 팀이 0-2로 지고 있는 7회초 이후 강판됐다.
반면 리그 MVP를 노리는 NC 우완 에이스 페디는 건재했다. 1회 시작과 동시에 3타자 연속 삼진을 잡더니 2회와 3회는 각각 단타만 내주고 무실점, 4회에는 수비 실책에 굴하지 않고 이닝 종료, 5회 삼자범퇴, 6회 볼넷 하나만 내주고 무실점 투구, 투구수 90개를 넘기게 된 7회에도 삼자범퇴로 가히 압도적 투구를 보였다.
NC 강인권 감독은 경기전 취재진을 만나 "페디가 현재 페이스만 잘 유지해서 20승을 달성한다면 MVP를 받는건 페디가 아닐까. 노시환도 잘하고 있지만 페디는 한시즌을 끌어오면서 특별함을 보여줬다고 본다. KBO리그에서 투수들의 발전에 대해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 부분도 평가에 들어가지 않을까"라며 시즌 MVP 후보에 페디를 강력하게 밀었다. 이날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통해 페디는 17승에 평균자책점 2.28로 모두 리그 1위에 탈삼진은 160개로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안우진의 164개를 바싹 추격하는 2위가 됐다. 트리플 크라운(승리+평균자책점+탈삼진 리그 1위)까지 바라보는 기세다.
적장 역시 페디에 대해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키움의 홍원기 감독은 경기전 "올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4월7일 창원에서 열린 NC전(키움 0-2 패배)이었다. 당시 안우진과 페디가 선발 맞대결을 했는데 둘다 7이닝 넘게 던졌다. 두 선수 모두 누구 하나 흠잡을데 없는 투구였다. 안우진도 안타 하나가 박세혁에게 홈런을 맞아 1점준게 전부였다. 정말 그날 경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안우진은 7이닝 1실점 패배, 페디는 8이닝 무실점 승리로 올시즌 최고 투수전 경기였다.
이날 NC 페디는 결국 7이닝동안 93구를 던져 무실점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의 역투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키움의 맥키니 역시 8월 평균자책점 10.59에서 6이닝 2실점의 깜짝 호투를 보였으나 페디를 전혀 공략하지 못한, 아니 할 수 없었던 타선으로 인해 패전의 멍에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호투가 기대됐던, 그리고 전혀 호투가 기대되지 않았던 외국인 투수들이 맞붙어 강인권 감독이 '올시즌 모든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던 4월 안우진vs페디의 투수전 같은 뛰어난 투수전을 보여준 경기였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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