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그릴 수 없는 작가주의 회복을 말하다

송용준 2023. 9.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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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미술 이끌 4인4색 여성작가
# 박주애
곶자왈 오브제 결핍을 담다
# 양정화
삶과 죽음의 불안감 추상화로 그려내
# 이피
여성의 몸 담은 세 폭의 제단화
# 최혜숙
조선시대와 현대 美의 기준을 묻다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오는 11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2023 미술주간(Korea Art Week 2023)’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는 ‘미술에 빠진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전시기관 290여 곳이 참여한다.

1년 중 가장 다양한 미술 이벤트를 만날 수 있는 이 ‘미술주간’을 맞아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한국 미술을 이끌어갈 유망 작가들의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인다. 바로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 성과발표의 일환으로 기획된 ‘다이얼로그, 마인드 맵(DIALOGUE, Mind Map)’ 전시다.

이 전시는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등 세계적 거장들의 뒤를 잇는 한국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올해로 4회차를 맞은 이번 전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숫자와 데이터의 시대가 간과한 철학적 개념, 즉 작가의 ‘생각의 지도’에 주목하며 작가주의의 회복에 방점이 찍혀 있다. 총 13인의 재능 있는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이들 중 박주애, 양정화, 이피, 최혜숙 등 한국 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4인의 여성작가들을 소개한다.
‘허공에 차오르기1’
◆박주애, 개인적 갈등과 결핍 표현

박주애는 갈등과 결핍을 작업의 모티프로 삼아 회화 작업과 함께 봉제 인형 형태의 오브제 작업을 병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나고 자란 제주도 곶자왈을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그림과 설치작품으로 옮겨냈다. 곶자왈을 은유하는 짙고 어두운 색조의 유기적인 선들과 생명체들로 가득하다. 이 생명체들은 대부분 분주하게 ‘어딘가’로 가고 있으며 때로는 쓰러져 있거나 녹아내리고 있다. 마치 캔버스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지치다가 다시 또 어디론가 열심히 달려가는 작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스터디 오브 하트(Study of Heart)’
◆양정화, 삶과 죽음, 인간의 원초적 불안
양정화는 최근 몇 년간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불안감에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형상은 구축과 해체를 반복하며 추상의 경계로 넘어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스터디 오브 스컬(Study of Skull)’, ‘스터디 오브 하트(Study of Heart)’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선보인다.
‘난 자의 난자’
◆이피, 다양한 개념적 형태의 몸 형상화
이피 작가는 정치·사회·경제적 현상들로 인해 촉발된 감정의 생성과 변화를 기이한 생물 종으로 형상화시킨 작품을 꾸준히 펼쳐왔다. 특히, 본인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멸종한 몸, 미래의 몸, 감각으로 형상화된 타자의 몸 등 다양한 개념적 형태의 ‘몸’을 형상화하고 수많은 몸을 위한 제단을 만들어 낸다. 이번 출품작 중 하나인 ‘난 자의 난자’ 중앙에는 여성의 몸이 있고, 양쪽에는 그 여성의 알들이 제단에 평등하게 배치된 세 폭의 제단화로 구성되어 있다.
‘21세기 버전의 미인도 V’
◆최혜숙, 미래의 과거로 바라본 현재

최혜숙은 현재를 미래의 과거로 바라보는 작가만의 시각을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적 정의에 대해 질문한다. 조선시대 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신윤복의 미인도에 한복을 입고 명품 핸드백과 하이힐을 착용한 여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학적으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현재 미에 대한 인식이 100년 뒤 미래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 미의 시대적 변화와 영원성에 대하여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다이얼로그, 마인드 맵(DIALOGUE, Mind Map)’ 전시는 9일까지 플란트란스 성수 플래그쉽에서 진행되며 전시장 방문이 어렵다면 전시 전경 및 작품이 담긴 OVR(Online Viewing Room·온라인 전시실)을 소개 페이지(manifold.art)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 ‘H 포인트’ 앱의 사운드 갤러리에서는 13명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오디오 도슨트도 제공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대형 디렉터는 작가 선정에 대해 “특정 주제가 아닌 작가의 예술적 독창성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고려했다. 갤러리도 작가도 보지 않고 오로지 작품으로만 평가했다”고 밝혔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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