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의 책상물림] 49일을 지내고
49재(齋)는 불교의 장례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고인이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도록 기도하는 의례를 7일째마다 시행하는데, 이를 7회까지 하는 것은 이 49일 동안 다음 생을 받을 연이 정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연원은 불교에 있지만 49재는 고인의 영혼을 보내드리는 날로 일반화되었다. 지난 4일에 열린 49재 역시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였지만, 그 추모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49일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 불행한 일의 진상은 거의 밝혀진 게 없다. 교육부의 합동조사단이 10여일의 활동 끝에 8월4일 발표한 조사 결과는 사실관계를 일부 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 더 구체적인 진상 규명의 책임은 경찰로 넘어갔다. 그 뒤로 다시 한 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섣부른 발표가 문제시되고, 해당 학부모가 경찰이라는 사실마저 겹쳐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범죄 입증을 넘어 교육 현장의 실상을 밝히는 일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수만명의 교사들이 “진상 규명이 추모다”라는 피켓을 든 이유다.
49일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4명의 교사가 또 목숨을 잃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얼마나 오랫동안 곪아왔던 문제들이 터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교육부는 49재 추모제에 참석하려 연가를 낸 교원,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교장에 대한 징계 의사를 밝혔다. 5일 “징계는 없을 것”이라며 번복하긴 했지만, 추모제에 합법적으로 참석하려는 교사들을 겁박하듯이 몰아붙이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교권 보호 관련 법안 개정이 국회에 상정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교육부에서 알아서 할 테니 교사들은 교실만 지키며 가만히 기다리라는 발상은 큰 착오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1991년에 만들어졌다. 법령 개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일은 ‘톱-다운’으로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땅의 교사들에 대한 위로와 지지,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연대다. 그것이 49재를 ‘공교육 정상화의 날’로 승화시켜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다.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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