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첫 인정…599명 추가 구제
<앵커>
오늘(5일) 뉴스는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의미 있는 소식부터 먼저 전해 드리겠습니다.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암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기로 입장을 바꿨다는 소식, 저희가 지난주에 단독 보도해 드렸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폐암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됐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12년 만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에 폐암 진단받은 다른 환자들에게도 오늘 판단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의 리포트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위원회에 상정된 피해 신청자 수는 599명.
이 중 가장 큰 관심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뒤 폐암으로 숨진 남성 사례입니다.
사망자는 비흡연자였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35살에 폐암 진단을 받았고 결국 숨졌습니다.
구제위는 이 사례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 PHMG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피해자로 공식 의결했습니다.
[임상준/환경부 차관 : 폐암 피해 구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많은 위원님들께서 동의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재작년 7월 폐암으로 숨진 여성을 피해자로 인정한 사례가 있지만, 당시에는 독성학적 실험 입증 없이 정황상 피해로만 인정받은 예외적 경우라 다른 폐암 사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실제 독성 실험들을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한 만큼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폐암을 진단받은 다른 환자들에게도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임종한/인하대 의대 교수 : (이번 결정은) 가습기 살균제 폐암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분명히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연말까지 진행된 최신 독성 실험에서는 실험쥐에게 PHMG를 노출했더니, 기간이 길수록, 농도가 높을수록 암 발병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최고 농도에서는 최장 54주간 노출된 실험쥐 20마리 가운데 70%인 14마리의 폐에서 악성종양이 확인됐습니다.
환경부는 다만 폐암이 발병한 모든 사례를 피해로 인정하는 건 아니라면서 개별적으로 피해 인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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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세만 기자와 이 내용 더 알아보겠습니다.
Q. 어떤 폐암, 피해자로 인정받나?
[장세만 기자 : 오늘 인정된 폐암 사례 그리고 재작년에 인정됐다는 이 예외적 사례, 2가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20~30대 젊은 시절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두 사례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발암을 의심할 만한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폐암 진단 환자들 가운데 비흡연 환자들이 우선 피해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Q. 가습기 살균제 쓴 뒤 폐암 걸린 환자 수는?
[장세만 기자 : 우선 이 피해 구제를 신청한 건수만 보면 206명입니다. 하지만 실제 폐암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그동안 이 폐암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지레 포기하고 신고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요. 앞으로 이런 분들의 피해 구제 신청도 큰 폭으로 늘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Q. 피해자 '발암' 불안감, 대책은?
[장세만 기자 : 생물학적인 암 잠복기가 10년에서 많게는 십수 년, 수십 년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함께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보니 유아나 어린이 피해자들도 많은데, 앞으로 커가면서 암이 생길지 모른다는 게 부모들의 큰 두려움입니다. 이런 피해자들의 암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추적 검사할 건지, 또 조기진단이나 건강관리 모니터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Q. 기업 배·보상에 미칠 영향은?
[장세만 기자 :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들은 그동안 개별 피해자들이 배상 또는 보상 액수에 합의하면 그 이후에 추가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면책해 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상황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10년, 20년 뒤에 폐암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암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필요합니다. 알다시피 암 치료 비용은요. 이미 연관성이 인정된 천식이나 폐렴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액수가 큽니다. 그러니까 이 배상 보상 액수가 커지고 해법도 더 복잡해진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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