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송강호 카드···위기의 부산영화제 살릴까

최민지 기자 2023. 9. 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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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개막 앞두고 기자회견
이사장·집행위원장 초유의 공백
개막식 영화인 맞을 호스트 선정
내분·경기침체 여파 예산 줄어
배우 송강호가 지난해 10월 5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내달 4일 열흘간 축제의 막을 올린다. 성추행 논란·인사 잡음 등 이른바 ‘부국제 사태’로 내홍을 빚어온 영화제는 예년보다 축소된 예산과 규모로 진행된다. 이사장, 집행위원장이 공석이어서 배우 송강호가 호스트로 나선다. 매년 열어온 포럼 일부는 축소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무사히 행사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은 5일 오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부국제 사태’라 불리는 힘겨운 시기를 지나왔다”며 “아직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묵묵히 일해온 구성원들의 저력으로 어느 해보다 내실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 운영위원장 직무대행과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개막식 호스트로 배우 송강호가 나선다는 점이다. 송강호는 공석인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대신해 영화인들을 맞을 예정이다. 남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석이라 개막식 호스트가 별도로 필요한데 대한민국 대표 배우인 송강호가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어려운 자리임에도 흔쾌히 영화제를 돕겠다고 나서주셨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총 269편의 영화가 선을 보인다. 공식 초청작은 209편(69개국)이며 커뮤니티피브 상영작은 60편이다. 지난해(71개국 354편)보다 축소됐다. 남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전체적인 예산(109억4000만원, 지난해 130억원)이 줄면서 작품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거장들의 작품을 많이 초청하는 등 역대급 라인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 운영위원장 직무대행도 “영화제 사태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스폰서 확보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적으로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의 한 장면.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장건재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고아성과 주종혁이 출연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개막작으로는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만든 장건재 감독의 신작 <한국이 싫어서>가 선정됐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행복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다. 축제의 막을 내리는 영화는 중국 닝하오 감독 연출, 류더화(劉德華) 주연의 <영화의 황제>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홍콩의 대표 배우 저우룬파(周潤發)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량차오웨이(梁朝偉)에 이어 2년 연속 중화권 배우가 수상자가 됐다. 저우룬파의 신작 <원 모어 찬스>를 비롯해 그의 대표작인 <영웅본색>과 <와호장룡>을 볼 수 있는 특별전도 마련된다. 한국영화공로상은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윤정희가 받는다. 지난 3월 별세한 사카모토 류이치를 추모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이 밖에 데이비드 핀처의 <더 킬러>,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등 세계적 거장들의 영화가 부산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남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특히 눈여겨볼 만한 프로그램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추천했다. 2020년대 들어 할리우드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등 6편의 작품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남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할리우드에서 대대적인 (작가) 파업이 일어나면서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 진행하게 됐다”며 “코리안 아메리칸을 집중 조명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부터 인사 잡음과 성추행 논란 등으로 내홍에 시달렸다. 조종국 운영위원장 위촉과 허문영 집행위원장 사퇴로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이용관 이사장까지 조기 퇴진하면서 수뇌부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허 전 집행위원장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논란은 커졌다. 영화제 이사회는 지난달 19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혁신위원회는 올 12월까지 조직 쇄신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활동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왼쪽)과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이 영화제 개막을 한 달 앞둔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영화제는 올해 이례적으로 온라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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