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큰손들은 한국 사랑해”…2000억어치 작품 들고온 이 남자
“올해 韓작품 낙착률 100%…주요시장으로 성장”
472억 ‘전사’ 등 바스키아·워홀 작품 10여점 韓전시
작년부터 한국에 파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크리스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사장 프란시스 벨린(Francis Belin·51)을 개막일인 5일 만났다. 한국 전시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2019년 김환기 ‘우주’가 신기록을 세웠고, 3월에는 18세기 조선 달항아리가 60억원에 낙찰된 만큼 한국은 크리스티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의미가 있으면서 뭔가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워홀과 바스키아가 20~21세기 미술사에 미친 영향이 너무 과소평가됐다. 두 사람의 우정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면서 “홍콩 전시를 가져온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전세계 컬렉터를 설득하는 노력 끝에 한국만을 위한 전시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펀더멘털이 탄탄하다. 제조업 강국에서 K팝, 한류 등이 발전하면서 진화했다. 미술 시장에서 정상에 오르면 정말 최고의 소프트파워 국가임을 입증할 수 있다. 크리스티는 장기적으로 서울의 미술시장이 아주 탄탄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아트바젤 홍콩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규모가 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개선점은 필요하다. 벨린은 “서울과 한국이 전략적으로 접근을 해야 될 것 같다. 미술 시장에서 정상까지 가려면 미술관과 갤러리 행사만으론 부족하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홍콩과 달리 한국은 시계, 명품 등 사치품에 세금을 부과해 경매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시아는 미술시장의 ‘성장 엔진’이다. 2021년 아시아 지역 매출은 10억달러(1조3200억원)를 최초로 돌파했다. 크리스티 아시아는 내년 여름 홍콩의 랜드마크인 더 앤더슨 타워의 신사옥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상하이 웨스트번드를 비롯해 아시아 거점도 늘리고 있다. 사무실만 운영중인 크리스티 한국의 확장 계획을 묻자 그는 “고민 중이다. 크리스티는 한국 진출 30년이 됐고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사무실과 갤러리를 어떻게 쓸지 고민이 필요해 아직 답을 내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술시장 침체가 낮은 낙찰가를 우려한 컬렉터들이 걸작을 내놓지 않는 ‘공급 부족’ 때문이라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벨린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미술시장의 큰 손들은 현금이 부족하지 않다. 불황에 채권도 부동산도 투자를 쉬듯 단지 ‘기다림의 시간’일 뿐이다. 200억원의 피카소를 굳이 팔아 현금을 만들 필요가 없다. 여전히 걸작의 가격은 매우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한국 경매시장은 매출이 44% 하락할 만큼 침체가 극심했다. 동시대 미술 취향이 강한 한국 시장은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아시아의 다른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의 특징을 그는 “즉각 반응하는 시장, 에너지가 넘치고 생생한 시장, 트렌드가 주도하고, 이름값의 힘이 센 시장”이라면서도 “많이 성숙하고 개성이 좀 더 강해진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경매시장이 체력을 회복하려면 작품을 신중하게 선별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티 아시아는 낙찰률 90%를 지키고 있고, 올해 한국 작품은 낙찰률이 100%였다”고 조언했다.
벨린은 맥킨지앤컴퍼니 출신으로 명품·소비재 분야에서 17년간 종사했으며 2016년 크리스티에 합류한 후, 2019년 총괄사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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