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서울 정비사업 조합 임원선거 개입?

이미연 2023. 9. 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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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한양2차 단지 내에 조합의 정기총회를 알리는 플랫카드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 이미연 기자

"(시공사 선정 관련) 사전홍보를 담당하는 귀사의 A 부장이 단지 주변 부동산과 개별적으로 일부 조합원들을 만나며 악의적으로 현 조합과 집행부를 비난하고 일부 시공사와 결탁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제보를 수차례 받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송파한양2차 재건축조합이 대형건설사인 DL이앤씨 대표이사와 준법경영실장, 주택사업본부 동부사업소 등에 항의성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공문에는 DL이앤씨 관계자가 조합장 후보에 나온 특정인을 지원하고 현 조합에 대한 허위사실 등을 유포하는 등 조합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송파한양2차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다. 성남비행장때문에 고도제한이 있는 지역이라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진행해도 세대수를 늘릴 수가 없어 서울시에 신통 철회를 신청했던 곳이다.

이후 시와의 소통이 원활치 않아 자문회의를 9차까지 진행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달 31일 주민설명회를 진행했고 용적률 300%, 최고 31층, 1270가구(임대주택 270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이 조합은 적합한 주민동의 절차 없이 신통기획을 신청했던 전 조합장이 사퇴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오는 16일 제2기 임원 및 대의원 선임이 안건인 정기총회를 앞뒀고, 조만간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뒤 2024년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DL이앤씨의 사전홍보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조합은 공문에 "재건축 사업에서 지켜야할 선이 있는데 귀사의 A 부장이 조합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조합 선거에도 개입해 선을 넘었다"면서 "귀사의 임원의 친인척이 송파한양2차 조합의 1기 집행부 이사인데다 2기 조합장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적시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올해 6월말 A 부장은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특정 후보자 지원이나 선거운동 개입에 영향을 미치는 사전홍보를 하지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9월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조합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조합은 DL이앤씨 현장 담당자들의 교체와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를 서면으로 약속해달라고 요구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가락현대1차나 잠실우성4차 등 송파 정비사업 몇몇 곳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송파한양2차는 현재 수주 고려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조합 측은 "그렇다면 더욱 이상한 상황이 아니냐"며 DL이앤씨 측의 활동에 더 큰 의문이 생겼다고 질타했다.

송파구에서의 DL이앤씨의 이런 움직임은 이 단지가 처음이 아니다. 올해 5월 말 가락현대1차 재건축 조합도 2차례에 걸쳐 DL이앤씨에 공문을 보냈다. DL이앤씨 현장팀장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조합장에 "특정업체가 조합장을 맡았다는 소문이 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행동으로 조합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잠실우성4차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며칠 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이 단지는 최고 32층, 825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현재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등이 수주를 위한 사전홍보활동 중인데, 일부 조합원들이 DL이앤씨의 과도한 사전홍보활동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DL이앤씨 홍보요원이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문을 내고 조합원들간의 불화를 조성하고 있으니 조합이 입장을 표명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이런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가락현대1차는 유언비어 배포 논란 관련 DL이앤씨 뿐만 아니라 롯데건설 측에도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수주전에서의 시공사 및 조합 내부 갈등 여파 등으로 과열되는 상황이라는 진단도 있다.

추후 누가 조합운영을 맡게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주전에서의 잡음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DL이앤씨가 작년 조합 8곳으로부터 시공사 계약 해지를 당해 수주에 급한터라 무리한 사전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조합이든 현 조합에 반대하는 비대위든 자사에 유리한 세력에 사전작업을 하거나 상대편을 비방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며 "정비사업 수주전은 흑색선전은 물론 상호비방에 고발, 무리수 공약에 금품살포 등의 불법 문제가 끊이지 않아 경찰 고발까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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