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 R&D 삭감 외면하다 사과···“학외 문제 의견 안 낸다” 기조 탓
서울대 총학생회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전면 삭감 정책’에 연대해 반대 성명을 내자는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의 제안을 총운영위원회 안건으로도 상정하지 않았다가 이공계 단과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자 사과했다.
조재현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총운영위원회 내에서 보다 적극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 전면 삭감 정책에 대해) 학외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기조에 따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며 “연대 요청 여부를 총운영위원들에게 공유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총학생회장으로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부의 내년도 R&D 분야 예산 삭감은 지난 두 달간 과학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후,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예산 삭감 압박이 이어졌다. 내년도 R&D 사업비는 올해 대비 5조원(16.6%) 이상 삭감됐다.
대학 사회에서도 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카이스트·포스텍·고려대 등 학부 및 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R&D 예산 삭감을 재고를 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 참여한 학교 중 서울대만 ‘총학생회’가 아니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공과대학 학생회가 연명했다. 총학생회가 연명 건을 총운영위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연명에 참여할 의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대에서는 이공계 단과대 학생회를 주축으로 “이공계 학우들 전반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총학생회가 기계적 침묵을 택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2일 성명문을 내고 총학생회의 대응을 비판했다.
자연과학대학·공과대학 학생회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학내와 무관한 문제가 아닐 뿐더러, 사회 문제에 대해 기계적으로 침묵하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했다. 이들은 “이공계열 학우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 현실에서 총학생회는 문제의식에 함께하긴커녕 ‘사회문제에 대한 침묵’이라는 기조 뒤에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고 했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서울대 총학생회는 뒤늦게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는 연대 요청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단과대에서 요청할 경우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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