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베즈다 이적’ 황인범 향한 ‘악플 세례’→올림피아코스 전 감독 응원...“내가 만난 최고의 선수”
[포포투=김아인]
세르비아의 명문 클럽 츠르베나 즈베즈다에 입단한 황인범을 향해 올림피아코스 전 감독인 미첼 곤잘레스가 황인범을 향한 응원을 남겼다.
즈베즈다는 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즈베즈다는 황인범을 영입했다. 우리는 4년 계약을 맺었다“고 황인범의 공식 영입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1996년생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45경기 4골을 넣었다. 오랫동안 한국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활약했다. 그는 4년 전 유럽에 진출해 러시아 루빈 카잔과 계약을 맺었다. 루빈 카잔에서 38경기 6골을 기록했다. 이후 올림피아코스로 향해 40경기 5골을 터트렸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에서 뛴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세르비아 매체들도 황인범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세르비아의 ‘스포르탈’은 “즈베즈다 사상 최고로 비싼 엄청난 선수가 왔다. 황인범은 대한민국의 대표팀으로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즈베즈다는 이번 이적으로 구단 첫 한국인 선수를 받았다. 26살의 중앙 미드필더인 그는 지난해 올림피아코스에서 주전으로 뛰었다. 올림피아코스가 팀을 재정비하기로 결정하면서, 황인범에게 마침 제안을 보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황인범은 지난 2022-23시즌 종료 후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다. 계약 당시 1년에 2년을 더한 기간으로 1년이 지나면 약 3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으로 이적이 가능하다고 인지했다. 올림피아코스는 이에 대해 당혹스러워 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3년 계약을 주장하며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그리스 언론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황인범이 팀을 위하지 않고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려 했다며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각종 매체에서 황인범이 팀을 배신하려 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구단 역시 이적료 1천 500만 유로(약 220억 원)를 낼 수 있는 팀이 없다면 황인범을 내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양측은 법정 공방까지 이어지며 분쟁이 심화됐다. 출전 명단에서도 황인범을 제외하기 시작했다. 당시 올림피아코스는 구단주가 같은 프리미어리그의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미드필더 구스타보 스카르파를 임대 영입한 바 있으며, 이에 일각에서는 황인범의 대체자로 데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황인범 역시 시즌 시작 후 올림피아코스를 떠났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즈베즈다가 황인범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즈베즈다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연고로 삼고 있다. 자국 리그와 컵대회에서 우승을 쓸어담고 있는 동유럽의 명문 클럽이다.
즈베즈다는 올림피아코스와 친밀했던 구단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그리스와 세르비아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과 지속되는 갈등을 끝내고자 이적을 승인했다고 전해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에 진출한 팀이기도 하다. 즈베즈다는 챔피언스리그 본선 G조에 속했다.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독일의 라이프치히, 스위스의 영 보이스와 겨룰 예정이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황인범을 포함해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파리 생제르맹 이강인, 셀틱에서 뛰는 오현규, 양현준, 권혁규 등 수많은 코리안리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스 매체 ‘가제타 그리스’는 황인범의 이적료가 550만 유로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한 황인범이 팀에 복귀하려고 했으나, 구단 관계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내린 선택이었다고 매체는 말했다.
유럽 각국 이적시장이 9월 1일 마감되는 상황에서 황인범이 이적할 수 있는 팀을 찾지 못해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릴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즈베즈다가 적극적으로 구애하며 황인범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좋지 않은 끝마무리에도 황인범은 의리를 지키려 노력했다. 즈베즈다의 이적 발표 직후 그는 5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모든 날에 있어 올림피아코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시즌 여러분이 나에게 보내준 지지를 생각하면 내가 받은 비난들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자신을 보내준 구단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이어 “나의 팀원들, 코칭 스태프, 그리고 지원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 올 시즌 초반 여러분이 잘 하고 있어서 기쁘다. 유로파리그에서도 꼭 챔피언이 되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고맙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황인범의 인사에도 그리스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댓글로 수많은 욕설과 비방이 달렸다. 팬들은 “팀 위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다”라며 황인범을 비난했다.
일부 팬들은 장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팬은 “당신은 정말 좋은 선수지만, 우승팀이었던 올림피아코스는 3위를 했다, 올해 당신의 경력 전체가 바뀔 수 있었지만, 당신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 인생의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다. 나는 최소한 사과라도 기대했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응원 댓글을 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 중에는 황인범의 스승이었던 올림피아코스 전 감독 미첼 곤잘레스도 있었다. 곤잘레스는 댓글을 통해 “내가 감독으로서 만난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진지하고, 열심히 뛰고, 믿을 만하다. 모든 것에 고마웠다. 안부와 따뜻한 포옹을 전한다. 행운을 빈다”며 황인범을 향한 격려를 남겼다.
곤잘레스는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다. 은퇴 후 스페인을 포함해 유럽을 돌며 감독 경력을 이어갔다. 지난 2013년 올림피아코스 감독으로 처음 부임해 2015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곤잘레스의 올림피아코스는 리그 2회 우승과 컵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또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황인범은 이적 당시 여러 번의 감독 교체를 겪었다. 지난해 8월 클럽이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4년 동안 팀을 맡았던 페드루 마르팅스 감독을 경질했다. 이어 카를로스 코르베란이 들어왔지만,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부진하면서 역시 감독직을 내려놨다.
곤잘레스는 황인범이 올림피아코스에서 만난 세 번째 감독이다. 올림피아코스가 좋은 성적을 유지하던 중 지난 4월 돌연 사임했다. 정확한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황인범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던 터라 큰 변화를 겪진 않았다.
‘대전의 아들’ 황인범은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 출신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팡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 클럽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택했다.
이후 러시아의 명문 루빈 카잔으로 이적했다. 꾸준히 자리를 잡으며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듯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슈가 터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을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황인범은 새로운 클럽을 찾아 나섰다.
황인범은 우선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FC서울 단기 임대를 택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면서 지난 시즌을 앞두고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에 합류했다. 입단 후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며 40경기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활약을 인정받아 2022-23시즌 올림피아코스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황인범은 우리나라의 중원을 책임지는 핵심 국가대표 미드필더이기도 하다. ‘벤투의 황태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수한 기량을 선보였고, 위르겐 클린스만 부임 뒤로도 꾸준히 중원에서 기용받아 3월 친선경기부터 전 경기 선발 출장에 나섰다.
오는 8일 웨일스와의 국가대표 맞대결을 앞둔 황인범은 지난 4일 카디프 시티 소집에 합류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A매치 기간 동안 웨일스, 사우디 아라비아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오랜 해외 생활을 거듭하며 유럽 빅 클럽 무대로 진출을 희망해왔지만 아직은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다. 황인범은 내년 1월에 카타르 아시안컵도 예정되어 있기에 기량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올 시즌을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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