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허위 신고’ 드러나도…정부 시스템엔 ‘아동학대 교사’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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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사건 때문에 여전히 '아동학대행위자'로 낙인 찍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상상도 못했던 일에 A 씨는 반년 넘게 생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후 같은해 12월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 씨는 "원래 일했던 아동복지시설에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벌어졌는데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며 "휴무였던 날이라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는데 아직까지 아동학대자로 등록돼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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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일하는 40대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2021년 5월 가르치던 학급 학생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 당했다. 상상도 못했던 일에 A 씨는 반년 넘게 생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후 같은해 12월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주변 얘기를 듣고 확인한 결과 자신이 여전히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아동통합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에 신고당한 직후 시스템에 등록됐지만 무혐의 처분 후에도 명단에서 삭제되지 않은 것이다. A 씨는 “교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해왔는데 국가에서 아동학대자로 낙인 찍힌 현실이 수치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 복지부 “처벌 목적 아니라 명단서 안 빼”
복지부는 2014년부터 아동학대 신고 사건 개요와 관련자 정보 등을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여기에 등록된 교원 수는 1만87명에 달한다. 전체 등록 인원은 21만3939명이다. 하지만 A 씨처럼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이 나오더라도 이름이 지워지진 않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올 7월 헌법소원까지 청구된 상태다.
또 아동학대자 명단 등록 여부와 내용은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만 조회할 수 있다. 당사자가 복지부에 관련 정보를 문의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하라”며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A 씨 역시 지자체를 통해 “아동학대자로 등록돼 있다”고만 통보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을 처벌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든,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든 목록에서 안 지워도 문제가 없다”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했다.
● “무혐의 받았는데도 아동학대자 등록돼 취업 불가”
아동학대자로 등록돼 불이익을 입는 경우도 있다. 경기 구리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B 씨는 최근 다른 지자체 사회복지시설에 취업을 시도했다가 “아동학대자로 등록돼 있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B 씨는 “원래 일했던 아동복지시설에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벌어졌는데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며 “휴무였던 날이라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는데 아직까지 아동학대자로 등록돼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B 씨는 여전히 복지시설에 취업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사자 통보도 없이 시스템에 신상정보 등을 등록해 관리하는 건 기본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대상 헌법소원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온누리 소속 이보람 변호사는 “수사 기관 처분이나 재판 종결 전에 정부 시스템에 아동학대자로 등록하는 건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기록이 유지된다는 점과, 시정 절차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선율 박상수 변호사는 “아동학대 혐의만 있어도 시스템에 등록한 뒤 영구적으로 명단을 보존하는 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과잉금지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며 “성범죄자 역시 신상등록 기간이 정해져 있다. 최소한 말소 및 시정 절차는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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