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때와 다른점은...” 43살差 한총리·류호정이 보여준 토론의 진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나왔다. ‘난 퀴여워’ 스티커 등이 붙은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 섰다. 이날은 대정부질문 1일차로 주제는 ‘정치’ 분야이다. 다른 의원들이 정쟁 이슈 질의를 이어갈 때, 류 의원은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점인 ‘정치 양극화’와 ‘협치’ 문제를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토론했다.
31세 류 의원은 74세 한 총리를 부른 뒤 “저는 오늘 총리님과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벼운 질문으로 운을 뗐다. 그는 “총리님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그리고 윤석열 정부까지 다섯 정부에 걸쳐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고위직을 역임한 진기록의 보유자”라며 “중용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느냐”고 했다. 한 총리가 멋쩍은 듯 “그 부분은 정말 모르겠습니다”라고 했고, 류 의원은 웃으며 “자화자찬을 하실 수 있는 타이밍인데도 단호히 철벽을 치시는 겸손함이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이 끝나자 본격적인 ‘정치’ 분야 질의가 시작됐다. 류 의원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고,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국무총리이시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볼 때 우리 정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을 했고, 이후 정치·중립 내각 구성을 했다고 언급하며 “나름대로 여야 간에 협의를 잘해 가면서 타결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류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를 하시던 2007년에 저는 중학생이라 방금 말씀하신 걸 자료로만 파악했다. 그래도 당시엔 협치가 잘 됐던 것 같냐”고 했다. 한 총리는 “(당시엔) 각 위원회별로 총리 공관으로 여야 동반 초청을 했을 때 다 응해주셨는데, 지금은 여야가 와주신 위원회는 딱 하나”라고 했다.
류 의원은 “지금 밥 한 번 먹는 것도 너무 대단한 일이 되어버린 지금”이라며 “정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말, 저보다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저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적어도 2023년 지금의 대한민국은 반대”라고 했다. 그는 “저는 87년 체제라고 부르는데, 정치는 오늘도 산업화, 민주화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다. 예를 들어 독재 정권의 후예와 친일 정권을 박멸하자거나 공산 전체주의와 반국가세력을 절멸하자고 한다. 수준도 또 수준이지만 남는 게 없으니까 싸움이 덧없다”고 했다.
한 총리는 “합리성·과학·지성이 지배하는 정치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고 했다. 다만 “그건(정치는) 절대로 진전되고 있고 더 나아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 조금 이해하시기는 어려울 텐데, 정말 의원님들 열심히 공부하시고 정말 대단하시다”고 했다. 그러면서 “SNS와 같은 옛날과는 전혀 달라진 커뮤니케이션 환경 이런 것들이 우리가 듣고 싶은 것만 듣도록 만드는 그러한 분위기를 계속 만드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 양극화의 원인을 분석했다.
류 의원이 “그래도 (정치) 후퇴는 아니다, 진전은 하고 있다라는 말씀에서 사실 저는 잘 모릅니다만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말이라도 기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양극단 진영 정치는 모든 행정부가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제왕적 대통령제’, 상대편이 똥볼 차면 집권하고 까짓것 제1야당 하면 되는 ‘승자 독식 구조’, 공천 받으려면 당이 상식과 멀어져도 눈감아야 하는 ‘공천 제도’ 내지 ‘정당 문화’ 때문”이라며 “극렬 지지자 외 무당층이 돼버렸다”고 했다. 한 총리도 “세 가지에 대해서 다 동의한다”고 했다.
류 의원은 “정작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고 했다. 그는 “영부인이 과거 영어 이름을 뭘 썼고, 조국 전 장관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고 김남국 의원은 억울하다는 시민이 얼마나 되겠느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고 민주당과 시민단체나 노조는 반국가세력이고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자니까 파묘해야한다는 시민은 얼마나 있겠느냐”고 했다.
류 의원은 “우리 정치가 이분들에게 다가가려면 대통령께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꼭 총리님께서 대통령께 이재명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을 하시라고 건의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중요하다”며 “양당이 충분히 합의점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민생 법안이 많이 있다. 만나서 얘기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총리는 “검토해보겠다”며 “지금 상황이 두 분이 흔쾌히 만나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류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A 회사의 임금 체불 사건을 질의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임금 체불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반대할 야당은 없다. 고용노동부도 감독 강화한다고 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노사법치주의가 잘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 장관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며 “이분들(임금 체불된 분들)이 그 고통이 클 것이며 고통에 공감한다. 검찰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여야 11명의 의원들이 나와 국무위원들에게 질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여야 의원들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방류, 해병대 장병 사망 사건 수사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검토, 민주당 이재명 대표 문제 등 정쟁 이슈를 주로 질의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사단장 포함 8명에게 과실 치사 혐의가 적용됐다가 대대장 등 2명으로 축소된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걸 바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뿐”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대통령이 법 위반을 한 것이고 직권 남용한 게 분명하다”며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설 의원의 ‘탄핵’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뭔 소리냐” “발언 취소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동료 의원의 발언을 제발 좀 경청해달라.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 않다”며 의원들을 진정시켰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홍범도 장군의 ‘자유시 참변’ 가담 얘기를 하자 민주당 의원이 “홍범도 장군을 모욕하지 말라” “언제까지 홍범도 모욕할 것이냐”라고 소리쳤다. 최 의원은 “역사 공부를 더하라”고 맞받으며 다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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