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부부’는 뭘 남겼나…장점과 단점[서병기 연예톡톡]

2023. 9. 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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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N ‘쉬는 부부’가 4일 12화로 종영했다. 복층남-구미호, 안돼요-콜택시, 돼지토끼-8282, 하자-미루리 등 네 쌍의 부부가 ‘쉬는 부부’에서 ‘안 쉬는 부부’ 또는 ‘하는 부부’로 변화됐거나 변화를 약속했다. 드라마로 치면 모두 해피엔딩이다. 제작진은 ‘해피앤딩’(ANDING) 맺었다는 용어를 썼다.

19금 예능 ‘쉬는 부부’는 수면 위 화두나 담론으로 금기시됐던 ‘부부의 성’과 ‘섹스리스’를 전면으로 끌어올린 부부관계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남녀 간의 단순한 성관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라 대화와 이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心감대’ 찾기 과정에 집중하며, 민망하고 부끄럽다 여겨졌던 ‘성’에 대한 인식을 건강하고 유쾌하게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또한 부부간 성에 대한 유튜브를 운영하는 산부인과 의사 박혜성과 꽈추형 홍성우를 비롯한 부부전문가, 심리상담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부부관계 회복 솔루션을 제공하며 부부들이 각자 처한 고민과 문제를 돌아보고 해결하는 것을 돕는 회복의 장을 마련했다.

‘쉬는 부부’ 공식 SNS에 업로드된 부부 검진표와 성감대 찾기표 등의 다운로드 수가 폭발적으로 치솟는가 하면, ‘쉬는부부’에서 시도한 일상 스킨십, 눈 보고 대화하기 등 각종 미션 따라하기도 일어나는 걸 보면, ‘쉬는 부부’가 시청자에게 미친 영향력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부부의 성생활도 행복해야, 불화가 줄어들고 부부 사이도 더 좋아질 수 있다. ‘쉬는 부부’는 자연스럽게 ‘하는 부부’가 되지 않는 부부에게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서라도 개선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존재가치를 읽어낼 수 있다.

네 쌍의 부부가 쉬는 이유도 각각 달랐다. 생계에 허덕이며 경제적 현실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 어쩔 수 없이 쉬게 된 부부, 결혼을 해도 여전히 어색해서 하지 못하는 부부, 아이가 생긴 후 남편이 각방을 쓰는 게 너무 익숙해진 부부, 결혼후 남편이 아내와 함께 하는 게 불편하고 떨어져 있고 싶은데다 점진적으로 살이 찌며 성적 매력까지 줄어들면서 쉬게 된 부부 등을 보며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할 수 있게 커플을 잘 뽑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결과가 좋으니 모든 게 좋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단 3개월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면서 ‘100일의 기적’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의욕으로 넘쳤다. 하지만 ‘쉬는 부부’가 19금 성인콘텐츠라 해도 케이블 채널이라는 비교적 접근이 쉬운 플랫폼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방송에서 ‘귀두를 불태우겠다. 음핵을 자극하겠다’는 식의 말을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구사한다고 해서 쉬지 않는 부부가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용어가 방송에서 버젓이 나가는 게 불편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마지막회에는 다시 쓴 부부선언서를 낭독하는데, 구미호가 5번째 항목에서 “남편의 성감대를 꼭 찾을 수 있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1 ㎝ 간격으로 핥아보겠습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쉬는 부부’는 섹스리스 부부의 변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았다.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발견해냈다. 복층남과 구미호는 자신들의 닉네임을 각각 ‘안방남’과 ‘그렇지’로 바꾸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대화와 행동을 통해 부부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두 사람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는 사람들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장면들이 더러 있었다.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간에 지켜져야할 비밀(환자의 상태) 같은 사항들이 여과 없이 방송을 타는 경우도 있었다.

출연한 부부들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했는데도 한 공간에 모아 CCTV를 달아놓고 편집한 느낌이 약간 들 때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점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와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 기획의도가 좋은데도 간혹 논란이 되면서 비판받았던 사례와도 맥락이 일치한다.

제작진은 대한민국 모든 부부가 쉬지 않는 그 날까지를 지향하며 ‘쉬는 부부’ 2기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남녀가 행복해야, 전 지구가 행복해지는 거죠”가 슬로건이 된 것 같다. 너무 가시적인 성과에만 환호하지 말고, 방송 콘텐츠로서의 적절성에 대한 디테일한 체크도 병행되어야 할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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