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OECD경쟁위 의장 “규제 도입하면 한국 플랫폼이 경쟁서 뒤쳐진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

반기웅 기자 2023. 9. 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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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프레데릭 제니 의장이 설명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는 표류 중이다. 지난 1월 플랫폼 기업의 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뒤 최근 모든 활동이 마무리 됐지만 진척이 없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려고 했지만 당정이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추진력을 잃었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규제를 입법화면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반대하고 있다.

“규제로 인해 한국의 대형 플랫폼이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프레데릭 제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의장은 5일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유럽식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한국의 대형 플랫폼의 경쟁력은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플랫폼 규제가 ‘네카라쿠배’ 등 토종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 내릴 것이라는 ‘규제 발목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 참석차 방한한 제니 의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국가별 규제적 제약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제니 의장은 한국 대형 플랫폼의 경쟁력 저하 여부는 규제가 아니라 그간 플랫폼이 제공한 ‘서비스의 질’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한국 이용자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서비스를 제공해 성장했다면, 해당 플랫폼은 경쟁법 관련 의무로 인해 글로벌 플랫폼에 뒤쳐질 가능성은 낮다”며 “반면 플랫폼이 반경쟁적인 관행에 의존해 성장했고, 그간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을 피한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면 과연 (플랫폼)이것이 한국 이용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규제 도입으로 이후 늘어날 규제 부담을 고민하기에 앞서 규제의 정당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니 의장은 “플랫폼 규제는 플랫폼에게 규제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면서도 “플랫폼 자체가 경쟁을 해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고, 이같은 위험은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규제는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온당한 플랫폼 규제는 기업에 불필요한 제약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경쟁에 대한 위험은 제한하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플랫폼 기업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그렇다면 한국에는 어느 수준의 규제가 필요할까.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적합할까. DMA는 규제 대상이 되는 플랫폼 기업을 정해놓고 사전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이다. 대상이 되는 기업의 기준을 정해둔 만큼 당국의 빠른 개입이 가능하다.

제니 의장은 “특정 국가에 DMA와 같은 규제가 필요한지 여부는 해당 국가의 디지털 시장 상황과 경쟁법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반적인 정답은 없다”며 “다만 여러 시장의 구조가 독점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을수록 사전규제가 더욱 유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의존한 ‘자율 규제’로 빅테크 기업 규제가 가능하지 묻자 “중요한 건 플랫폼이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무엇이 있는가”라며 “또 자율규제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실제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EU가 디지털시장법(DMA)을 도입한 배경을 두고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자국의 디지털 시장 및 플랫폼 기업들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경험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유럽이 어떤 분야에 있든 유럽 지배적 기업에 대한 경쟁법 집행에 소극적이거나, 경쟁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대형 플랫폼은 글로벌 플레이어고 디지털 시장은 국가별로 구분되는 시장이 아니다. 토종 플랫폼의 소재 여부와 상관 없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디지털 부문 경쟁 관련 문제를 다루기 위한 규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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