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터’ 조형물 결국 철거한 서울시…일부 추후 활용 모색

‘위안부’ 피해자 참여에도…성추행 임옥상 개입이 빌미
여성단체, 임옥상 과오까지 추가기록 제안…수용 안 돼

최근 성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미술작가 임옥상씨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를 추모하는 서울 중구 남산의 ‘기억의 터’ 조형물 철거 작업에 돌입한 지난 4일 오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서울시 기습철거 규탄행동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시가 5일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조형물 2점을 철거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추모하는 의미로 조성된 이곳에 최근 성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화가 임옥상씨가 참여한 작품이 설치돼 있단 이유에서다. 다만 시는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씨의 그림과 서명이 새겨진 조형물 ‘세상의 배꼽’은 파쇄하지 않고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 보관한 뒤 추후 활용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기억의 터’ 철거를 완료했다”며 “‘세상의 배꼽’ 작품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 보관했다가 이후 해당 공간을 재조성할 때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상의 배꼽’에도 임씨가 참여해 이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돌에 새겨진 주요 그림과 서명이 윤석남 작가의 것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임씨의 이름을 지워서 추후 ‘기억의 터’를 재조성할 때 다시 활용하든지 그 방법을 ‘기억의 터’ 추진위원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기억의 터’ 조성에 참여한 추진위원회와 정의기억연대 등은 두 조형물 철거 결정이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를 통째로 지우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시가 철거를 예고한 지난 4일 새벽부터 조형물에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 천을 두르고 철거를 막아서기도 했다.

이는 두 조형물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작품이 담겨 있는 등 이를 임씨 개인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이들은 “성급한 철거 전에 임옥상의 성폭력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모두 기록, 기억할 수 있는 방안을 공론장에서 먼저 마련하자고 제안했으나 오세훈 시장은 수차례 면담 요청도 거부하고 결국 철거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