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무기거래 땐 北 국방력 강화… 한반도 정세 ‘요동’ [김정은, 내주 방러 가능성]

김예진 2023. 9. 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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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4년 만에 정상회담 예정
北·러, 美 경고에도 ‘군사 밀착’ 가속
정치·외교 등 의제 테이블 오를
中과 함께 경제분야도 협력 가능성
한·미·일 상대로 연대 강화나설 듯
美 행정부, NYT 보도 사실상 인정
北·러 동향 면밀 감시·견제 메시지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보도한 가운데 이것이 한반도 안보에 끼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북·러 간에 연합군사훈련 실시와 무기 거래 등 협력이 심화하는 경우 북한의 국방력 증가는 물론 한·미·일과 맞서는 북·중·러 경제권 형성이 우려된다.

하반기에 북한이 공세적 대외관계 관리에 나설 것은 6월부터 예고됐다. 북한은 6월 16∼1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당시 정치국 보고에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됐다고 평가하며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여야 할 절박성이 언급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치국은 “미국의 강도적인 세계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라며 반미 연대 구축을 통한 적극적인 외교전 개시를 암시했다.
4년 전 손 맞잡은 김정은·푸틴 미국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그리고 북·러 간 무기 거래 및 연합군사훈련 실시 가능성 등을 보도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김 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회담 이후 두 번째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회담은 북·미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완전히 끝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지지를 요구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고 무기 거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연대 활동을 위한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고 있다”며 “정권 수립 75주년(9·9절) 계기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사절단 방북으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9, 10월에 북·중·러 3국은 각자 국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9월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9월 10∼13일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9월 23일∼10월 8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이 그것이다. 또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 10월 12일은 북·러 수교 75주년이다.

양 교수는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한반도 긴장 고조 속에 장기 외유성 모스크바행보다는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정치, 군사, 외교, 경제 협력이 의제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군사 분야 협력이다. 두 나라의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비롯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포탄을 지원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5대 군사 과업’에 포함되는 군사정찰위성과 탄도미사일 기술 향상을 위한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다.
북한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를 계기로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양 교수는 “북한은 10월 10일 당 창건 78주년 전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며 대외적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고 했다.

미 행정부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NYT 보도가 맞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이 북·러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가 북한, 이란 등의 무기에 의존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의도도 읽힌다.

미 국무부는 세계일보 질의에 대변인 명의의 답변에서 “미국의 제재와 수출 통제의 성공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과 같은 불량 정권에 의지하여 무기와 장비를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앞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추가 군수품을 획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NSC도 세계일보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관한 언론 보도가 그의 실제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6∼2008년 주북 영국 대사를 지낸 존 에버라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경호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이 알려지는 경우 모든 것을 그냥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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