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연전 야구 프리뷰] 와신상담, 1년을 기다린 복수

이형주 기자 2023. 9. 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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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어김없이 9월 8일 오전 11시,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고려대와 연세대의 숙명의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사진┃SPORTS KU DB

[STN스포츠] SPORTS KU 오명석·황다희·이예린 기자 = 지난 2022년 10월 28일, 잠실야구장에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정기전에서 승패가 나뉘며 고려대는 울었고, 연세대는 웃었다. 그리고 올해 2023년, 고려대 야구부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돌아왔다. 2023년 9월 8일이 설욕의 무대가 될지, 혹은 드라마틱한 반전의 무대가 될지는 이제 양교 선수들에게 달려있다. 승리의 뱃노래 혹은 신나는 원시림이 승패에 따라 울려퍼질 것이다. STN X SPORTS KU와 함께 고려대 야구부의 전력을 분석하고, 야구 정기전의 관전 포인트를 알아보자.

■리뷰: 양 교의 2023년 돌아보기

작년 10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2022 정기연고전' 야구 경기에서 고려대는 경기 초반 득점에 성공하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뒷심 부족과 투수진의 붕괴로 2-8의 역전패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팀의 초반 득점에 기뻐하는 고려대 선수들. 사진┃SPORTS KU DB

◇KOREA

○U리그 : 가능성과 아쉬움의 공존 - 10전 7승 1무 2패 (1위)

고려대는 올 시즌 리그에서는 그다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시즌 초에는 4연승과 함께 경희대도 잡아내며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지만 이후 3경기 동안 1무 2패를 기록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동국대전에서 10점 차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기세를 몰아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작년보다 높은 순위인 A조 1위의 값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U리그에서는 작년에 보여줬던 투수진의 대량 실점과 답답한 타선의 모습이 재현되는 듯했다. 그리고 상대적 강팀으로 분류되는 네 팀에게 단 2승만을 얻어낸 것도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뭔가 찜찜한 1위로 느껴지기에는 충분했다.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 압도적인 모습, 11년 만의 트로피 - 5전 5승 (우천으로 인한 공동 우승)

올해 선수권대회는 대회 시작부터 주요 선수들의 부상과 더운 날씨로 인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고려대는 모든 악재를 떨쳐내고 11년 만의 우승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대회를 마치는 데 성공했다. 타선은 적재적소에 폭발해 주며 매 경기 평균 9점의 득점을 지원했고, 투수진들 또한 이닝의 편중 없이 여섯 명의 투수들이 골고루 이닝을 분담하며 대회 동안 2.4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보여줬던 단점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고려대는 중앙대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천으로 인해 동국대와의 공동 우승으로 대회가 마무리됐다. 특히 상대가 U리그에서 10점 차 콜드승을 기록한 동국대였기에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 아쉬운 준우승, 그러나 기선제압에 성공하다 - 6전 5승 1패 (준우승)

선수권대회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간 모습을 보여준 대회였다. 특히 대통령기에서는 유독 강팀과 많이 만나며 힘든 일정을 이어갔지만, 공수 양면의 탄탄한 모습을 보이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쉬지 않고 계속 경기를 소화한 탓일까, 마지막 강릉영동대와의 결승에서는 뒷심 부족으로 역전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수확은 충분했다.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며 대학 최강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으며, 준결승에서 연세대를 만나 성사된 올 시즌 첫 비정기전에서 6-5의 승리를 거두며 정기전을 한 달 앞두고 기선제압에도 성공했다. 이제 관건은 여름의 기세를 정기전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작년 10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2022 정기연고전' 야구 경기에서 연세대는 고려대의 에이스 김유성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팀의 득점에 기뻐하는 연세대 선수들. 사진┃ SPORTS KU DB

◇YONSEI

○U리그 : 최악의 시나리오 앞, 벼랑 끝에서 살아남다 - 11전 7승 4패 (5위)

연세대의 4월 성적은 절망 그 자체였다. 6경기 동안 단 2승만을 기록하며 U리그 왕중왕전 탈락에 단 1패만을 남겨두는 등, 조기 탈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세대 선수단 앞을 아른거렸을 것이다. 특히 그중, 여주대를 상대로 한 3-6 패배는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2주의 휴식기 동안 팀을 정비한 후 나선 5월, 연세대는 무려 5연승을 기록하며 B조 5위로 간신히 왕중왕전 진출에 성공했다. 5연승 기간 동안 같은 조 1위 성균관대를 7-2로 잡아낸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성균관대에게 이 패배는 리그 유일한 패배였다.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 허무한 강우 콜드, 증명의 기회조차 없었다 - 1전 1패 (1회전 탈락)

허무한 1회전 탈락. 게다가 강우 콜드로 인한 탈락이었기에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하지만, 세한대와의 경기 내용 또한 썩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세한대 선발 투수에게 막히며 6회까지 단 4개의 안타만을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연세대는 U리그 후반기의 기세를 몰아 선수권대회에 호기롭게 등장했으나, 허무한 마무리로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 좋은 기세 속 만난 숙적, 다음을 기약하다 - 4전 3승 1패 (4강)

지난 선수권대회에서의 허무한 탈락 이후 맞이한 대통령기, 연세대는 첫 경기인 제주국제대전부터 역전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연세대는 성균관대를 16강에서 또다시 만나며 5-2의 깔끔한 승리를 만들어내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8강전에서도 연장 승부치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결국 4강에 진출하며 고려대와의 비정기전이 성사됐다. 하지만, 좋은 기세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연세대는 모두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진 3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한 점 차의 아쉬운 패배를 당했고, 결승 문턱에서 짐을 싸야만 했다. 비정기전 패배로 인한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끈질긴 모습이 한 달 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기전 야구 전격 해부, 투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KOREA

지난 7월 수성대와의 대통령기 1회전 경기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는 주장 오도은. 사진┃ SPORTS KU 김민주 기자

○BATTING : 정교함과 파워 모두 '레벨 업', 에이스를 공략하라

타격에서 완전히 '레벨 업'한 시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팀 타율은 작년 0.273보다 무려 4푼이나 상승한 0.319를 기록하며 총 206개의 안타를 만들어냈다. 지난 시즌, 결정적인 순간 빈타에 허덕이던 답답한 모습은 올해 전혀 연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장타력 또한 눈에 띄는 상승을 보여줬는데, 특히 지난 시즌 단 5개에 그쳤던 홈런 개수가 두 배 이상 늘어 올해 1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보다 3경기를 더 치렀음에도 여러 비율 스탯에서 유의미한 증가가 보인다는 것 또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 개인 기록에서도 9명의 선수가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8명이 홈런을 기록하는 등, 타격진 전체의 퀄리티 상승이 이뤄졌다는 점 또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관건은 정기전은 단기전이라는 것이다. 연세대에는 절대적인 에이스 강민구(연세대23)가 버티고 있다. 지난 비정기전에서 강민구를 상대로 3점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삼진을 7개나 당한 데 더해 단 5개의 안타만을 기록하며 완벽한 공략에는 실패했다. 현재 강민구는 연세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탄탄한 고려대의 타선이 에이스 공략에 성공하는 그 순간, 정기전 승리의 축포를 울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난 7월 수성대와의 대통령기 1회전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 이지원. 사진┃SPORTS KU 김민주 기자

○PITCHING : 빈틈이 없는 탄탄함으로 승부한다, 교체 타이밍이 관건

올 시즌 고려대의 투수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투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와는 다르게 고려대의 투수진에는 절대적인 에이스는 없었다. 그러나 6명의 선수가 10이닝 이상 투구했고, 그중 4명은 20이닝 넘게 소화하며 전체적으로 적절한 이닝 분배가 이뤄졌다. 그렇기에 올 시즌 고려대의 투수진에는 괴물 같은 파괴력은 없었지만, 투수진의 탄탄함과 짜임새로 승부하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작년에 비해 선택지가 많았던 만큼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카드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 카드를 적재적소에 꺼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빈틈이 없더라도 자그마한 균열로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수도 있는 법. 특히 작년 정기전의 패인 중 하나가 적절하지 못했던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기에 이번 정기전 또한 교체 타이밍이 이러한 탄탄한 투수진의 위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난 8월 5일,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펼쳐진 올 시즌 첫 비정기전에서 고려대는 연세대를 상대로 6-5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난 후 세리머니를 펼치는 고려대 선수들의 모습. 사진┃SPORTS KU 김민주 기자

○시즌 베스트 경기 : 8/5 대통령기 준결승전 對 연세대 6-5 승리

올 시즌 유일한 비정기전 승리보다 더 값진 승리가 있었을까? 정기전을 한 달 앞두고 결승 문턱에서 성사된 비정기전, 선수들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그들의 눈빛에서 각오가 보이는 듯했다. 이러한 모습에 걸맞게 고려대는 연세대를 상대로 6-5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가져가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물론 경기 내용이 압도적으로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기전을 한 달 앞두고 서로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승리를 거두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점은 고려대에 정기전 직전 큰 자신감으로 돌아올 것이다.

◇YONSEI

타격 자세를 취하는 연세대 고경표. 사진┃ 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BATTING :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무서운 타선, 정기전에는?

연세대는 시즌 초반, U리그에서 서울대전을 제외하고 단 48타점에 그치며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타점 생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OPS가 8할이 넘는 등 비율 스탯은 뛰어났는데, 이것은 앞서도 언급한 서울대전으로 인해 타격 기록이 왜곡됐다고 보는 편이 알맞다. 연세대가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전인 선수권대회까지의 기록에서 서울대전의 성적을 제외하면 타율은 0.265로 뚝 떨어지며, OPS 또한 6푼이 넘게 떨어지는 등 확실히 대통령기 이전 연세대의 타선은 기나긴 침묵 속에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침묵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대통령기부터이다. 연세대는 대통령기 4경기 동안 무려 48개의 안타를 만들어내고, 3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특히 성균관대에게 또다시 5-2 승리를 거두며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올 시즌 내내 부진했던 선수들이 차례로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특히 이도겸(연세대20)은 0.533의 타율에 지난 비정기전에서 2점 홈런을 기록하는 등, 이제 연세대의 타선은 이름값에 걸맞은 무시무시한 타선으로 변모했다. 이제 관건은 이러한 페이스를 정기전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올 시즌 내내 고려대에게 타격은 한 수 밑이라고 평가받던 연세대 타선의 현재 기세가 정기전까지 유지된다면 경기는 모두의 예측과는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투구 자세를 취하는 연세대 이승훈. 사진┃ 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PITCHING : 대학 최강을 돌려세운 투수진, 그러나 붙는 의문부호는?

절대적인 에이스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된다. 올 시즌, 연세대에 그러한 존재는 바로 강민구였다. 강민구를 포함해 주로 5명의 투수를 기용한 연세대는 5명 중 4명이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투수진의 퀄리티 자체는 고려대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팀 WHIP 또한 1.14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에 고려대 타선은 연세대 투수와의 승부에서 출루를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의 이면에는 의문부호가 존재한다. 바로 이닝 편중이 너무나도 심하다는 것이다. 강민구는 연세대의 전체 135이닝 중 3분의 1이 넘는 45.2이닝을 소화했다. 그리고 투구 수 또한 782개로 팀 내 투구 수 2위인 조성민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공을 던졌음은 물론 경기 당 평균적으로 78개의 공을 던졌다. 특히 대통령기에서는 3일 간격으로 3경기 16이닝 276구를 던지며 더운 날씨 아래에서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 그렇기에 현재 더운 날씨와 더불어 9월 초에는 강민구의 페이스가 꺾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지난 8월 펼쳐진 대통령기 16강전에서 연세대는 다시 한 번 성균관대를 꺾으며 그 저력을 보여줬다. 성균관대를 상대로 타격을 준비하는 연세대 홍서연. 사진┃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시즌 베스트 경기 : 8/2 대통령기 16강전 對 성균관대 5-2 승리

지난 시즌 KUSF 대학 야구 U리그 왕중왕전 우승팀이자 올해 U리그 B조 1위를 차지한 성균관대를 두 번이나 꺾은 유일한 팀이 바로 연세대이다. 이 경기는 특히 절정에 다다른 연세대 20학번 선수들의 모습과 패턴을 알면서도 당하는 투수진들의 탄탄함이 빛난 경기였다. 4학년 선수 3명이 무려 9개의 안타를 만들어내며 모든 점수를 책임졌고, 투수진들 또한 안정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며 성균관대의 타선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이러한 경기 내용을 정기전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고려대는 의외로 쉬운 상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기전을 앞두고 있는 양교. 사진┃SPORTS KU

■이번 정기전의 관전 포인트는?

○'설욕을 노린다' 고려대, '상승세를 유지하라' 연세대

현재 고려대는 정기전 야구 3연패, 2016년 이후로 승리가 없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쓰라린 역전패로 정기전 승리를 넘겨주며 더욱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2023년, 작년의 패배를 기억하는 선수들이 아직도 주축으로 뛰며 올 시즌 무시무시한 독주에 일조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수 양면 '레벨 업'에 성공한 고려대 선수단에 작년 패배의 설욕만 한 동기부여는 없을 것이다. 정기전 승리에 목마른 고려대는 오직 설욕 하나만을 바라보고 정기전에 단단한 각오로 임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연세대는 현재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기부터 이어진 좋은 페이스를 어떻게든 유지해야만 올 시즌 내내 이어진 부진과 반대되는 결과를 정기전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 달 전의 비정기전, 분위기는 누구에게?

올 시즌, 성사될 듯 성사되지 않았던 비정기전이 정기전을 한 달 앞두고 성사됐다. 대통령기 준결승전에서 만난 두 팀은 평소 전력 차와는 상관없이 치열한 경기 양상을 보이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결과는 6-5 고려대의 승리. 경기 자체는 연세대가 고려대를 쫓아가는 양상으로 진행됐으며, 9회 말에 2점을 따라가는 홈런이 나오는 등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펼쳐졌다. 이렇듯, 경기 전에는 상대적인 전력과 최근 성적을 바탕으로 고려대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실제 경기에서는 달랐다. 정기전은 어떤 경기보다 분위기가 중요한 경기이다. 미세한 분위기의 변화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고려대에 이번 비정기전 승리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경기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비정기전 승리를 통해 기선제압에 성공한 고려대는 이 기세를 몰아 정기전에 임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연세대는 완벽한 분위기로 정기전을 준비하기는 힘들어졌다. 하지만, 연세대가 마지막까지 보여준 모습은 고려대를 위협하기엔 충분했다. 연세대는 아마 비정기전 속 이러한 모습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릴 것이다.

■이 선수들을 주목하라! 투타 키플레이어들

◇KOREA

고려대 투수 김대호(체교20). 사진┃SPORTS KU DB

○PICTHER : 김대호(체교20)

곧 있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예비명단에 든 4명의 대학 투수 중 한 명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모든 대학 투수 중 단 4명만이 선발됐기에 그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다. 그러한 평가를 보여주듯이 150km/h에 가까운 직구는 타석에 선 타자들을 당황케 한다. 그러나 유일한 문제는 4사구다. 3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23개의 4사구는 적지 않은 수치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영점만 제대로 잡힌다면 상대 타선을 완전히 묶어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등판한 12경기 중 4사구가 2개 이하였던 6경기에서는 단 2점만을 내주며 1.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영점만 잡힌다면 연세대의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배터 박스를 떠나는 장면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고려대 타자 유정택(체교22). 사진┃ SPORTS KU DB

○BATTER: 유정택(체교22)

다가올 9월에 있을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 얼리 드래프트 신청을 한 선수이다. 이미 덕수고 시절부터 '5툴 플레이어'라는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됐으며, 현재에도 고려대의 공격을 이끄는 첨병이자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 걸맞게 올해도 수준급의 성적을 올리는 중이다. 유정택의 능력이 가감 없이 발휘되는 부분은 바로 타격과 주루이다. 단순히 공을 맞히는 능력을 넘어서 장타력까지 갖춘 선수이며, 선구안도 좋아 올 시즌 OPS가 1.085에 달한다. 그리고 발도 빨라 선두 타자로 출루하면 충분히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는 선수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많은 도루 실패이다. 총 12번의 도루 시도 중 5번을 실패했다.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정기전은 단기전인 만큼 유정택의 빠른 발이 제대로 발동된다면, 고려대는 기분 좋은 선취점을 쉽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YONSEI

연세대 투수 강민구(연세대23). 사진┃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PICTHER : 강민구(연세대23)

새내기임에도 연세대의 에이스를 자처하고 있는 선수이다. 올해 연세대가 소화한 135이닝 중 3분의 1이 넘는 45.2이닝을 책임지며 1.57의 우수한 평균자책점 또한 기록 중이다. 그에 더해 탈삼진 능력 또한 뛰어나다. 45.2이닝 동안 5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9.6%라는 매우 뛰어난 K%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또 주목할 점은 뛰어난 이닝 소화력이다. 평균적으로 4.2이닝 정도를 소화해 주고 있으며 선발 등판 시에는 최소 5이닝은 책임져 주는, 이른바 '믿을맨' 역할을 맡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려대에는 강민구를 얼마나 빠르게 강판시키느냐가 경기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연세대 타자 고승완(연세대20). 사진┃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BATTER: 고승완(연세대20)

연세대의 돌격대장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선수이다. 4할에 육박하는 타율에 하나의 홈런 포함 11개의 장타를 만들어 내며 1.130의 OPS를 기록하는 등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팀 내 최다 도루와 득점을 기록하며 작전 수행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춘 선수이다. 이러한 선수는 타석에서든 누상에서든 거슬리는 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고승완은 작년 고연전, 동점을 만드는 안타를 만들어 낸 선수이기도 하다. 작년보다 올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고승완을 막는 것이 고려대 투수진의 최대 과제일 것이다.

■20학번부터 23학번까지 학번별 스타

◇20학번: 저마다의 위치에서 마운드의 높이를 올려라! 오도은(체교20) vs 조성민(연세대20)

고려대 20학번 포수 오도은. 사진┃SPORTS KU DB

○고려대 20학번 포수 오도은

KU: 타격에서 지닌 장점은?

오도은: 타격에서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래도 강점은 장타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풀 스윙을 생각하고 타격하다 보니 장타성 타구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KU: 포수 수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도은: 투수와의 소통과 볼 배합이다. 투수가 타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구종을 던지게 만들어 범타나 삼진을 유도하고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KU: 포수 출장이 체력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오도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다. 쉬는 날 집에 가면 일로 바쁜 부모님께서 힘든 내색도 없이 맛있는 음식을 해 주셨는데. 체력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됐다. 외할머니께서도 몸에 좋은 것들을 많이 보내 주셨다. 스스로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여름에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정기전까지도 해왔던 대로 체력을 관리할 계획이다.

KU: 주장으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오도은: 정기전까지 완벽하게 이겨서 고대 야구부에 전설로 남을 수 있는 20학번 돼보자!

KU: 2023 정기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오도은: 변명 없이 어떻게든 이기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연세대 20학번 투수 조성민. 사진┃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연세대 20학번 투수 조성민

KU: 투수로서 지닌 장점은?

조성민: 제구력이다.

KU: 2023 시즌 최고의 투구를 한 경기와 좋았던 점은?

조성민: U-리그 인하대전이다. 인하대전에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비율이 좋았던 것 같다.

KU: 가장 자신있는 구종은?

조성민: 우타자에게 던지는 체인지업이다.

KU: 정기전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조성민: 이기고 아카라카 외치는 모습!

KU: 2023 정기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조성민: 팀 전체가 단합해서 무조건 이기도록 하겠다.

◇21학번: 타선에 무게감을 더할 진정한 해결사는? 박건우(체교21) vs 김진형(연세대21)

고려대 21학번 포수 박건우. 사진┃SPORTS KU DB

○고려대 21학번 포수 박건우

KU: 타격에서 지닌 장점은?

박건우: 장타력과 정확성이다. 작년에는 장타에만 신경을 써 타율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정확성과 장타에 모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KU: 주로 4번 타순,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타선에서의 역할은?

박건우: 내가 생각하는 4번 타자의 역할은 주자들이 득점권에 나가 있을 때 해결하는 것이다.

KU: 올해 16경기에 출장해 14타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득점권에서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 내는 요인은?

박건우: 선두 타자일 때보다 득점권에서 타격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앞에 안재연(체교22)이나 김범진(체교21), 허진(체교20)이 출루해 나에게 찬스가 많이 걸린다. 그럴 때 과감하게 배팅해서 올해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

KU: 정기전 대비 훈련은 무엇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인지?

박건우: 지금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달리 더 신경 써서 훈련할 부분은 없고, 지금까지 하던 연습만 하면 쉽게 이길 것 같다.

KU: 2023 정기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박건우: 선수들 페이스가 너무 좋아서 올해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연세대 21학번 외야수 김진형. 사진┃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연세대 21학번 외야수 김진형

KU: 타격에서 지닌 장점은?

김진형: 빠른 달리기와 좋은 컨택이다.

KU: 지난 시즌보다 삼진 개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김진형: 다른 이유는 없고, 작년부터 시합을 많이 나가다 보니 경험이 쌓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KU: 2023 시즌 팀 내 타점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득점권에서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내는 이유는?

김진형: 중심타선이어서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내가 꼭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KU: 정기전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김진형: 작년에 3타점을 기록해 팀이 승리하는 데 도움이 돼 좋았다. 올해도 팀이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KU: 2023 정기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김진형: 정기전은 많은 학우가 와서 다 같이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학우들이 보내 주는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반드시 승리하겠다.

◇22학번: 투타 에이스의 맞대결, 그 승자는? 정지헌(체교22) vs 두정민(연세대22)

고려대 22학번 투수 정지헌. 사진┃SPORTS KU DB

○고려대 22학번 투수 정지헌

KU: 정기전을 참가하는 마음가짐과 가장 기대되는 점은?

정지헌: 작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무조건 승리만 바라보고 있다. 많은 학우들이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가장 기대된다.

KU: 정기전에 어떤 역할로 참여하고 싶은지?

정지헌: 선발 투수로 뛰고 싶다. 감독님께서 기회만 주신다면 연세대 타자들을 압도하며 1회부터 9회까지 완투해 승리하고 싶다.

KU: 정기전을 응원할 고려대 학우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정지헌: 이번 고연전에서 저희 야구부가 필승 전승 압승할 것입니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세요!

KU: 마지막으로 연세대에도 한마디 부탁한다.

정지헌: 콜드게임 점수 차 났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 친구들아!

연세대 22학번 외야수 두정민. 사진┃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연세대 22학번 외야수 두정민

KU: 작년 정기전에 중견수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올해 정기전에서 작년과 변화를 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두정민: 작년 정기전 때는 1학년이어서 패기만 가지고 시합에 임했다면, 올해는 경험과 패기를 가지고 여유 있게 시합을 풀어나갈 것이다.

KU: 올해 정기전에서 꼭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두정민: 일단 정기전 승리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표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가볍게 홈런 하나 쳤으면 좋겠다.

KU: 마지막으로 고려대에 한마디 부탁한다.

두정민: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저희가 "가볍게" 이기겠습니다.

◇23학번: 새내기의 패기로 정기전을 지배할 이는? 김준엽(체교23) VS 홍서연(연세대23)

고려대 23학번 내야수 김준엽. 사진┃SPORTS KU DB

○고려대 23학번 내야수 김준엽

KU: 23학번으로 처음 정기전에 참가하는데 임하는 마음가짐과 기대되는 점은?

김준엽: 2019년과 2022년에 정기전을 보러 왔었는데 이번에는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거라 더욱 설레고 기대하고 있다.

KU: 출전해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김준엽: 역전 3루타를 치고 세레머니를 하고 싶다. 그리고 꼭 이겨서 마운드에서 자유정의진리가를 부르고 싶다.

KU: 정기전 응원할 고려대 학우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김준엽 : 올해도 고려대가 승리를 가져가니까 많이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KU: 마지막으로 연세대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김준엽: 멋진 경기 해서 좋은 추억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연세대 23학번 내야수 홍서연. 사진┃ 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연세대 23학번 내야수 홍서연

KU: 23학번으로 처음 정기전 참가하는데, 마음가짐과 이루고 싶은 목표는?

홍서연: 1학년으로서 형들을 도와주며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싶고, 무조건 이기는 것이 목표다.

KU: 정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연세대 내의 팀 분위기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홍서연: 매우 좋다. 선배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코치님들도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셔서 너무 좋다.

KU: 고려대에서 가장 상대해 보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지?

홍서연: 김범근(체교23) 선수다. 고등학교 때 투수 땅볼로 물러난 적이 있어서 다시 한번 만나면 꼭 이기고 싶다.

KU: 마지막으로 고려대에 한마디 부탁한다.

홍서연: 서로 다치지 말고 재밌고 멋있는 경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글·SPORTS KU 오명석·황다희·이예린 기자 *사진·SPORTS KU 김민주 기자·SPORTS KU DB·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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