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관광객 오지마”···미국, 유럽 관광도시들 '크루즈 보이콧'

[서울경제]

세계 각지 유명 관광지에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환경 오염을 고려해 크루즈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의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에 대응책으로 관광객을 제한 하는 사례에 대해 보도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관광지의 수용 한계를 초과해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데서 비롯되는 부정적 현상들을 말한다.

WSJ에 따르면 국 북동부 메인주 데저트섬의 바 하버는 유람선에서 항구에 내릴 수 있는 여행객 수를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민투표를 지난해 11월 진행해 통과시켰다.

알래스카주 주도 주노시도 내년부터 탑승객 950명 이상을 태우는 대형 선박에 대해 하루에 5척만 입항할 수 있도록 통제할 계획이다.

주노시는 2019년 유람선 입항 제한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끝에 올해 초 유람선 업계와 이 같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과잉관광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며 나왔다. 2021년 바 하버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유람선 관광이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환경 오염 우려에 유람선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유럽 내 활동가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 유람선이 몰리는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노르웨이에서는 한 시위대가 유람선 관광객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유럽 현지 주민들 역시 유람선이 내뿜는 가스가 지역사회에 미칠 피해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암스테르담에서는 기존의 유람선 터미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관광객 수를 통제하고 도시 오염을 줄이기 위함이다. 다만 정확한 이전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유럽에서도 유람선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도 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적으로 유람선 터미널 한곳을 폐쇄하는 등 조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람선 승객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등 장점도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크루즈 라인 국제 협회(Cruise Lines International Association) 대변인은 “크루즈 업계가 지속 가능한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목적지 도시와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minch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