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근처도 못 갔다”…아쉬움만 남은 ‘레츠’ 어쩌나
작년 실적 부진하고 올해도 불안…탈출전략 시급
5일 주류·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가 지난해 3월 선보인 발포주 브랜드 ‘레츠’가 출시된 지 1년 반이 가까워지도록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워 테라와 카스 등 기존 맥주 제품을 잡겠다는 포부였지만, 인기 순위에서부터 한참 밀려났다.
편의점 A사의 맥주·발포주(지난달 500㎖ 캔 제품 기준) 순위를 살펴보면 하이트진로 ‘필라이트’가 4위, 오비맥주 ‘필굿’이 12위를 차지했다. 레츠는 여러 맥주와 발포주 브랜드에 밀려 9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편의점 B사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필라이트가 6위, 필굿이 18위일 때 레츠는 95위를 기록했다. 소주나 와인, 위스키 등 타 주종의 인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맥주·발포주 브랜드가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성적표라는 게 주류업계의 중론이다.
맥주는 원료곡류 함량이 10% 이상이지만, 발포주는 10% 미만이다. 이 때문에 72% 세율이 적용되는 맥주와 달리 발포주는 기타주류로 분류돼 30% 세율이 적용된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소비자가격 역시 일반 맥주보다 저렴하다.
신세계엘앤비가 염두에 둔 것도 바로 이를 활용한 가격경쟁력이었다. 2021년 12월 편의점 등에서 맥주 가격이 인상되자 지난해 1~3월 신세계엘앤비의 발포주 매출이 40%가량 증가한 것. 곧 저렴한 제품이 대세가 될 것이란 게 신세계엘앤비의 분석이었다.
문제는 야심 차게 출시한 신제품이 마니아층 형성에 실패한 것. 500㎖ 가격이 1800원으로 같은 용량에 2500~4500원인 맥주보다 저렴하다고는 하나, ‘맛’이 획기적이지 못하고 평이하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존 맥주가 낫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전통적으로 소주와 맥주의 텃밭이다. 와인이 1980년대부터 시장에 본격 수입됐어도 그 입지를 제대로 인정받은 건 팬데믹 들어서면서부터다. 몇 년 안 됐다”며 “그렇게 보수적인 시장에서 발포주가 맥주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같은 발포주 브랜드인 필라이트·필굿(1600원)보다 가격이 비싸게 책정된 점도 악수(惡手)였다. 발포주 브랜드 자체가 국내 시장에서 생소하다는 점도 한몫했고, 여기에 팬데믹 기간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공룡기업들도 휘청일 만큼 유흥채널이 위축된 영향도 컸다.
주무기로 내세웠던 ‘가성비’가 인정받지 못하면서 판매관리비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5.3% 감소했다. 특히 영업부문에서 도매사업부가 선방했지만, 제조사업부가 적자를 크게 냈다.
팬데믹을 계기로 단체 회식이 줄어드는 등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신세계엘앤비 등 주류기업이 공략할 곳은 사실상 가정채널 밖에 남지 않았다는 평이다. 테라와 카스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켈리까지 등장했고, 수입맥주들도 아사히 수퍼드라이 등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레츠로 한차례 고전한 신세계엘앤비는 지난달 말일 신규 발포주 브랜드 ‘킹덤 오브 더 딜라이트’ 3종을 출시하며 발포주 시장에 다시 도전했다. 다만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신제품이 더 킹덤 오브 벨지움의 후속 상품”이라며 “별도 목표 매출액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엘앤비의 잇따른 발포주 신제품 출시와 관련, 수익성이 저조할 때 탈출구가 마땅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세계엘앤비는 와인이 주력 사업인데 최근 고물가 동향 여파로 1세대 와인 수입사들까지 어려울 만큼 시장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또 시기적으로 늦어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맥주나 발포주 등 청량감을 강조하는 주류 신제품은 대개 봄에 출시해 대목인 여름 시장에서 특수를 노리기 때문이다. 한맥은 올해 3월 리뉴얼 출시됐고, 켈리는 4월에 출시됐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신제품을 올해 5월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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