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기 겁나요"… 유가·농산물값 뛰자 물가 3%대 `껑충`[빨간불 켜진 韓경제]

최상현 2023. 9.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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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폭염에 농산물값 11% ↑
생활·신선식품도 3배이상 폭등
유가, 작년 11월 이후 최고수준
8월 소비자물가 3.4% 상승 견인
정부, 물가 안정에 800억 투입
전문가 "추석 이후 더 오를수도"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달만에 3%대로 올라섰다. 7월 2.3%에서 8월 3.4%로 1.1%포인트 오른 것으로, 이 같은 오름폭은 지난 2000년 9월 이후 23년여만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가 3.4% 상승한 것은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의 불안이 주된 요인이다.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하락 폭이 이달 들어 크게 축소됐고, 호우와 폭염 등 불리한 기상여건으로 농수산물 상승폭이 확대됨에 따라 8월 소비자물가는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던 석유류 가격은 그동안 소비자물가 안정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 25개월만에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7월만 해도 석유류 물가가 전년 대비 25.9% 하락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에서 석유류 기여도는 -1.49%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중순부터 급격히 오른 국제유가 상승분이 8월 국내 석유류 물가에 반영되면서 3%대 물가상승률로 이어졌다. 8월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11.0% 하락하는데 그쳤고, 물가 기여도도 -0.57%포인트로 쪼그라들었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작황이 나빠진 농산물도 물가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7월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6만 1000헥타르(ha)에 달했다. 8월 농산물 가격은 전달보다 10.5%나 올랐고, 전년 대비로는 5.3% 상승했다. 이에 따라 농산물의 전체 물가에 대한 기여도는 7월 0.02%포인트에서 8월 0.26%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기획재정부는 농산물과 석유류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분이 총 1.2%포인트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을 추월하는 역전 현상도 지난 3월 이후 5개월만에 일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수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8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는데, 이는 소비자물가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생활물가와 신선식품 물가도 상승폭이 크게 확대돼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8월 생활물가는 전년 대비 3.9% 상승했다. 7월(1.8%)에 비해 2.1%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인 5.6%나 상승했다. 전월(1.3%)에 비하면 오름세가 4배가 넘는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물가 상승 추세가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국제 유가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며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10월 이후부터는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예비비 800억원을 투입해 추석 20대 성수품 가격을 작년 대비 5% 이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닭고기 할당관세 물량 3만t(톤)을 6일부터 도입하고, 7일부터는 총 16만t 규모의 20대 성수품을 공급한다. 11일부터는 수산물 할인지원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한다.

한편 한국은행은 9월에도 이 같은 물가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날 것"이라며 "하지만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원물가에 대해서는 "8월 상승률이 전월과 같은 수준(3.3%)인데, 기조적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가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월부터 추석 수요 등 계절적 요인이 약화되며 물가가 안정될 수도 있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며 "현재 진정된 것처럼 보이는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에 올라탈 경우 물가가 여기서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물가 상승의 첫 번째 웨이브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겠지만, 개인서비스나 공업제품 등의 가격이 유가 상승에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웨이브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상현·이미선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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