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토 학살엔 한마디 못하고 윤미향 ‘친북몰이’만 열 올리는 여권
‘간토대지진 학살 조선인 추모식’에 참석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 대해 정부·여당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반국가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그들의 한국 정부 비방을 묵인하고 동조하는 행위, 그것이 반국가 반대한민국 행위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윤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했다. 국회 윤리위 제소 후 공세 고삐를 바짝 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 행위”라며 윤 의원을 겨냥했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윤 의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여권과 보수세력이 일사불란하게 윤 의원을 ‘반국가사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지 의문이다.
여권이 문제 삼는 행사는 지난 1일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진재 100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으로, 행사추진위에만 5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는 그중 하나였을 뿐이다. 일본에는 군사분계선(MDL) 같은 장벽이 없으니 총련 인사들과 마주칠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 더구나 한국 정부와 민단이 외면해온 간토대학살 진상규명과 희생자 추도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총련이 100주기 행사에 참석한 것은 불가피했다. 참석한 총련 간부들이 한국 비방 발언을 했다지만, 윤 의원이 발언 내용을 미리 알았거나 일본 시민들도 대거 참석한 행사장에서 공개 대응하기엔 쉽지 않았을 정황은 엿보인다. 윤 의원은 그들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같은 자리에서 추모한 것 자체로 이토록 비난받을 일인가.
물론, 윤 대통령이 정부 비판세력들을 ‘공산전체주의’로 낙인찍는 상황에서 윤 의원이 오해를 사고 꼬투리 잡힐 일을 만든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국회의원 언행의 정치적 시비는 시민단체 교류 때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윤 의원이 반국가행위라도 한 것인 양 공격하는 것은 당치 않다. ‘친북몰이’가 지나치면 여권이 홍범도 흉상 철거에 따른 여론 악화를 공안몰이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커질 뿐이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실을 알고 추도하는 가나가와 실행위원회’가 100년 전 가나가와현에서 일어난 조선인 살해사건 59건의 정보와 14명의 조선인 희생자 명단을 지난 4일 공개했다. 일본 정부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학살의 진상을 밝히려는 일본 시민사회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 역사적 작업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반면, 한국 정부와 국민의힘은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런 여권이 윤 의원에게 ‘색깔’만 씌워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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