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판막이 좁아지면 생기는 일

2023. 9.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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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의료원장

판막은 밸브를 우리 말로 번역한 단어다. 지금은 밸브라는 말이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심장에서는 혈액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역류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밸브가 있어서 혈액 순환을 도와주게 된다. 심장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과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대동맥 판막이다.

승모판막은 3개의 구조물(leaflet)로 구성된 다른 판막과 달리 2개의 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모양이 마치 승려가 쓰는 모자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적인 판막의 조건은 판막이 열렸을 때 충분한 면적(口徑)을 확보하여 혈액이 원활하게 지나가도록 하고, 닫혔을 때는 빈틈이 없어서 혈액이 역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판막이 열렸지만 열린 면적이 좁아 혈액이 충분히 지나가지 못하는 상태를 '협착'이라고 한다. 반대로 판막이 불완전하게 닫혀서 혈액이 반대 방향으로 즉 역류가 발생하면 이를 '폐쇄부전'이라고 한다.

판막이 좁아진 협착과 혈액이 역류를 하는 폐쇄부전은 별도의 질환이므로 각각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판막에 협착 및 폐쇄부전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승모판막 협착은 가장 대표적인 판막질환이다. 젊은 날에 앓았던 류마티스열이 주 원인이다. 따라서 위생상태가 좋은 선진국과 열악한 환경인 나라의 발생 빈도는 큰 차이가 있다.

승모판막이 좁아지면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충분한 양의 혈액이 이동하지 못해서 좌심실은 적은 혈액만을 동맥으로 보낼 수 있다. 따라서 심장에서 전신으로 충분한 양의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세포들이 충분한 양의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이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인체는 조금씩 적응하게 되어 대개는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쉽게 피로를 느끼는 정도이다. 이때 좌심실로 가지 못한 혈액은 좌심방에 머무르면서 정체되어 좌심방이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좌심방의 수축, 이완이 힘들어지면서 합병증으로 심방세동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협착이 심해지면 폐에서 좌심방으로 혈액이 쉽게 이동하지 못해 폐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폐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호흡 곤란이 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운동 중에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휴식을 취할 때도 발생한다.

다행스런 점은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심장도 여유분이 있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임신으로 인해 심장에 부담이 증가된 상태라면 심한 정도가 아니어도 증상이 나타난다.

대동맥 판막질환 역시 류마티스열과 퇴행성 협착이 원인이다. 류마티스열이 원인인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류마티스열이 원인일 때는 승모판막협착과 대동맥판막협착이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드물게 선천성으로 대동맥 판막의 구조의 문제가 있어 협착이 오기도 한다.

선천성이라도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 서서히 협착이 심해져서 50세가 넘어가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상은 대개는 없지만 흉통, 실신,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상당히 심각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승모판막 협착과 가장 큰 차이점은 대동맥 판막을 지나지 못하는 혈액이 좌심실에 부담을 주어 병이 진행함에 따라 좌심실이 점점 비대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비대의 정도가 심해지면 두꺼워진 심실이 관상동맥을 압박하여 협심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 모두 심장 초음파 검사가 가장 중요한 검사이다. 좀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할 때는 심장 카데터 검사를 한다. 이는 심장 각 부위의 압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는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혈압을 관리하고 소금 섭취를 줄이며 비만을 피하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적절한 약물도 필요하다. 비교적 젊은 사람의 협착증일 때는 가느다란 카데터를 삽입한 다음 풍선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넓혀주는 방법도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가장 확실한 치료는 병든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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